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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2개월 만에 다시 1,150원대에 들어서면서 원화 강세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만큼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상당 기간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의 통화전쟁을 경고한 상황에서 나 홀로 원화강세는 내리막길을 걷는 수출 전선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9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7월29일 1,158원40전을 기록한 후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을 앞둔 9월에는 1,200원을 넘어섰다가 다시 두 달여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1,160원을 뚫고 1,150원대로 내려선 것이다.
원화 강세가 다시 시작된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된 탓이 가장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해외 투자자금 유출의 신호탄이 돼 신흥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 시점이 늦춰지고 유럽·일본 등 주요국 외에도 통화완화 정책에 합류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원화 강세는 유난히 도드라지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말부터 인도·대만·파키스탄·우크라이나 등 상당수의 신흥국이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노르웨이는 기준금리를 1%에서 0.75%로 3개월 만에 내리면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것을 두고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신흥국과 차별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수출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를 감당해야 할 수출업체들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신축적 환율정책"을 제언했으나 IMF는 환율전쟁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서 외환당국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원화 약세가 이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가 재개될 것으로 봤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 전후로 단기적으로 (환율이) 올라갈 수는 있지만 방향성 자체는 아래쪽으로 갈 것"이라며 "미국의 내수가 좋아지면서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며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지면 다시 하락압력으로 원·달러 환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도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200원을 넘는 등 '오버슛팅'할 수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다시 원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다만 우리 경제의 회복세나 경상수지 흑자폭에 따라 폭이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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