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잠시 시간을 내 둘러보고 왔습니다. 일단은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쇼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신났어요.
그런데 모터사이클쇼가 열리기 전부터 조금 아쉬웠습니다. 국내 시장 1위인 대림이 불참을 선언했거든요. 아무래도 모터사이클쇼는 고배기량 위주로 전시하는데, 대림은 저배기량 상용 모델 위주의 회사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 좀 아쉽지 않습니까? 지금 잡고 있는 시장에서 나와서 더 많은 라이더들과 만날 의사가 없어 보였습니다. 대림이 모터사이클 라인업도 좀 늘리고, ‘우와’ 싶은 모델도 만들어서 선보였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 D홀로 갑니다. 아주 큰 전시장은 아닙니다. 전시된 바이크 수는 약 80대라고 합니다.
우선 전시된 바이크부터 둘러봅니다. 전반적으로 매장에 가면 다 볼 수 있는 모델들이라 아쉬웠습니다. 모터쇼의 ‘앙꼬’는 신모델 공개 아닐까요. 물론 신생 쇼나 다름없는 서울 모터사이클쇼에 기대하긴 무리라는 것도 알지만, 쇼 관람객들이 이런저런 사정을 다 이해해주진 않을 것 같습니다.
두카티가 전시에 공을 많이 들였더군요. 레이싱 모델 분들도 멋지고, 부스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발표도 제일 잘 하셨습니다. ‘우리는 두카티다!’ 이런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라이더들이 또 그런 거에 약하지 말입니다.
그런데, 코엑스 측이 행사장 내부서 시동 거는 걸 금지했나 봅니다. 바이크 배기음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실내 전시장이다보니 마음대로 시동 못 거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실내에서 진행되는 사륜차 모터쇼장에서도 무대 사이드에서 가운데로 운전해 오는 것 정도는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서울 모터사이클쇼에서는 그것조차 불가하다보니 멋지게 바이크를 타고 등장한 분들이 엉금엉금 걸어서 본 무대로 나오더군요. 행사를 주최한 이륜차산업협회도 이런 이벤트에 익숙지 않고, 코엑스는 더더욱 바이크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겠죠.
아쉽지만 계속 모터쇼장을 둘러봅니다. BMW모토라드도 빼놓을 수 없죠.
BMW모토라드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마케팅의 강자입니다. 올해 이천 롯데아울렛 내에 ‘카페 모토라드’를 만든다네요. 라이더들이 들러서 담소도 나누고, 모터사이클에 생소한 이들이라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죠. BMW그룹은 자사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을 산 사람들이 진짜 자부심을 갖게 해 주고, BMW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공을 많이 들입니다. 그래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도 지은 거고요.
그리고 혼다. 잠시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님의 말씀을 옮겨 봅니다.
“세상엔 많은 회사가 있지만, 모터사이클로 시작해 자동차, 로봇, 제트기까지 상용화한 기업은 혼다뿐입니다. 혼다가 최고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중략) 혼다는 1949년 첫 바이크를 양산해 지난해 누적 생산 3억대를 달성했습니다.”
듣고 보니 대단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회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KR모터스입니다. KR모터스도 패기가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KR모터스는 원래 S&T모터스였죠. 라오스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한 오세영회장의 코라오홀딩스가 인수하면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코라오홀딩스가 생소한 감도 있긴 하지만, 아는 분들은 ‘라오스의 삼성’이라고 할 만큼 잘 나가는 회사입니다. 라오스뿐만 아니라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로 열심히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도 하죠.
이는 국내 시장에서만 머물렀을 수도 있는 KR모터스가 동남아 시장을 얻게 됐단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속사정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KR모터스 직원이었다면 코라오홀딩스를 환영했을 것 같네요.
서울 모터사이클쇼는 규모가 큰 쇼는 아닙니다. 첫 날부터 행사장을 찾았다가 실망했다는 분들도 꽤 많아 보입니다. 이런 행사가 흔치 않다 보니 무성의하게 느껴질 만큼 별 준비가 안 된 전시부스도 있었구요.
그래도, 이륜차산업협회는 앞으로 격년으로 이 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2004, 2006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요. 적자가 날 게 거의 확실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협회 관계자 분들이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어느 분 말마따나 ‘제로’도 아니고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만큼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비판하기보단 작은 목소리로나마 응원하고픈 마음이 큽니다.
이번 쇼는 4월 3일까지 열립니다. 올해 목표 관람객 수는 6만명입니다. 라이더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다음 모터사이클 쇼는 더더욱 흥하길 기대해 봅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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