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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기진단 불붙은 '바닥논쟁'] 4년째 경기동행지수 게걸음..."내수 안살아나면 L자형 탈출 어렵다"

각종 부양책 불구 뚜렷한 개선 없이 바닥권 헤매

전문가들 "제비 한마리 왔다고 봄 오는 것 아냐"

"단기지표 연연말고 추경·금리 등 총동원을" 지적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게 아니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착시 효과다. 소비나 투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경기가 바닥권에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지표로는 예측하기 굉장히 어렵다.”(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최근 일부 경기지표가 개선된 것을 근거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자 경제 전문가들이 보인 반응이다. 생산은 늘었지만 소비와 투자의 감소폭이 커지는 등 엇갈리는 경기지표를 놓고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경기가 단기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긍정론과 아직은 경기 회복을 논하기 이르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연초 위축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의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소비심리도 조금 개선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의 바탕에는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는 아니지만 적어도 연초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3.3% 늘었다. 반도체(19.6%), 금속가공(12.5%) 등이 특히 많이 늘면서 6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덕분에 전체 산업생산도 전달(-1.5%)보다 0.8% 반등했다. 가계와 기업 심리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로 5포인트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상승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4개월 만에 올라 100을 기록했다.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과 가계가 많다는 얘기다. 이날 대한상의가 발표한 2·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91로 전 분기(81)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관광 수요가 몰리는 제주는 112로 3개 분기 연속 기준치를 넘어섰고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강원과 대규모 투자유치 기대가 높은 충북 등도 기준치(100)를 넘어 회복 시그널을 보냈다. 연초부터 국내 경기를 얼어붙게 했던 수출은 3월(-8.2%) 들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줄였다. 지난해 12월(-14.3%) 이후 3개월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의 고리를 끊었다는 점에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실물경제도 연초에 비해 한층 안정된 상태다. 미국 금리 인상 이슈,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우려로 연초 이후 약세를 지속했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2,000선을 터치할 정도로 회복했다. 부동산 역시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올 들어 가장 큰 폭인 0.05%(부동산 114 자료) 올랐다. 주식·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개인 소비심리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반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지표만 놓고 경기 바닥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비와 투자 등 내수지표의 개선이 없으면 완만한 경기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기업은 투자(-6.8%)를 줄이고 개인은 지갑(-1.8%)을 닫고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수출 감소폭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도 있고 마이너스 증감률을 벗어나지 않을지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가지고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며 “정부는 (대외 여건에 좌우되는 수출보다) 내수가 가라앉지 않게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지표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경기를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최근 4년째 옆으로 길게 횡보하는 ‘L자형’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1~2년간 정부의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바닥권에서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월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효과의 성격이 강하다”며 “1~2월 합쳐서 보면 긍정적이지 않은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2월 경기동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전월 대비 -0.1%, 앞으로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같은 기간 -0.1%를 기록했다”며 “이를 봐도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원(KDI) 연구위원은 “연초보다 대외 여건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가 지금보다 너 나빠지지는 않겠다는 기대감이 살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정부의 각종 정책 등으로) 막는 수준이지 힘 있게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곤·구경우·조민규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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