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알리안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한국 보험시장 규모는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일본·중국과 함께 아시아권 톱 3다. 하지만 2015~2025년 성장잠재력 면에서는 반대로 하위 3위권 국가에 속한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중국·필리핀·인도 등은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생보·손보 모두 연평균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국은 6%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수입보험료 증가율 전망치인 생보 8.6%, 손보 6.8%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청년층 인구가 늘지도 않을뿐더러 이들의 소비 여력도 높지 않아 예전처럼 신규 유망고객을 찾아내기가 힘들다”며 “이보다는 현재 계약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 다른 보험사로 떠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이들의 보험 니즈 변화를 재빨리 파악해 추가 계약을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집토끼’ 관리전략이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업무 프로세스에서 영업보다 후순위에 뒀던 고객관리를 앞쪽으로 당기는 추세다. 삼성생명은 체계적인 고객관리를 위해 설계사고객승계 제도를, 메트라이프생명은 설계사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역량이 뛰어난 선배 설계사들이 후배들에게 영업 및 고객관리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 ING생명은 설계사의 활동과 고객관리를 동시에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보험사들은 기존의 ‘느리고 불친절한’ 이미지를 없애고 ‘신속하고 편리한’이라는 새 수식어를 달기 위해 고객관리 및 지원 시스템 개선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 채널의 역할이 커지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시스템 업그레이드는 모든 보험사의 주요 과제가 됐다. 현대해상은 지난달 중순 모바일고객센터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고객들이 스스로 스마트폰으로 상품검색과 보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시스템 처리속도도 대폭 개선했다. AIA생명은 업계 처음으로 예상 보험금 조회 시스템을 일반 계약자들에게 선보였다. 보험상품의 구조가 나날이 복잡해지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보장내용이나 보험금 지급 정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AIG손보도 15개월 동안 변화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보험료 계산과 소액 보험금 청구가 홈페이지에서 모두 처리될 수 있도록 했다.
핀테크 업체와 신용평가 기술을 개발해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대출상품 판매를 시작한 보험사도 있다. 한화생명의 중금리 대출상품은 모든 일반 직장인과 개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나 도입 초반에는 기존 한화생명 고객들의 관심이 클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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