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과 이사가 몰리는 4월은 가구업체에게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 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아간 광명 가구거리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거리에는 ‘폭탄세일’, ‘염가판매’, ‘창고정리’ 같은 마케팅 구호들이 나부꼈다. 점포정리를 앞두고 ‘반값 할인’을 알리는 가구점도 있었다. 이케아가 광명시에 전시장을 개점한 지난 2014년 12월 이후 광명 가구거리에서는 3곳의 가구점이 문을 닫았다.
홍순표 광명시 가구협회 이사는 “가구거리의 상권을 부흥시키기 위해선 가구업체들이 똘똘 뭉쳐 집단효과를 내야 하는데 조만간 몇 군데 업체가 더 폐업할 예정”이라며 “폐업한다고 해서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폐업한 사장들은 용달차를 운영하거나 이삿짐 센터에 소속돼 근근이 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구공룡’ 이케아가 ‘메기효과’를 일으키며 전반적인 가구시장 확대를 이끌었다고는 하지만 시장성장에 따른 수혜는 일부 대형 가구업체들만 볼 뿐 국내 가구산업 발전의 풀뿌리 역할을 해왔던 영세가구업체들은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월 말 2만1,000여개에 달했던 가구업종 가맹점 수는 5년이 지난 올 2월 현재 1만3,000여개로 급감했다. 카드업계 업종 분류 중 가구업종은 대다수가 영세가구업체이며 해지사유는 주로 폐업과 전업으로 나뉜다. 전업을 했더라도 결국엔 가구업체 운영은 접었다는 의미여서 사실상 5년 사이 영세가구업체 절반 가량이 폐업한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카드 가맹점 추이를 보면 전반적으로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가구업종처럼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간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가구소매판매액은 5조30억원(잠정)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2~2014년 4조5,770억원~4조6,770억원으로 평행선을 유지하던 가구소매판매액은 이케아가 국내시장에 진입한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약 4,300억원 가량 늘었다. ‘가구산업이 르네상스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시장 성장의 혜택은 대기업만 누리고 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이케아는 국내진출 1년 만에 매출 3,000억원을 기록해 업계 예상치인 2,000억원을 가볍게 돌파했다. 한샘은 지난해 매출 1조7,122억원, 영업이익 1,46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최근 소비자 트렌드는 △디자인 △가성비 △브랜드밸류 등으로 집약된다. 이케아는 고급스럽고 모던한 디자인과 소소한 생활용품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라인업, 그리고 저가정책 등으로 트렌디한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문제는 이케아발 ‘메기효과’가 대형가구업체와 한 몸이 된 후 외래어종인 배스가 토종어종을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교란하듯 ‘배스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성장의 온기가 오로지 대형가구업체로만 전해지면서 영세가구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망은 더 어둡다. 영세가구업체가 디자인이나 마케팅 등에서 대형 가구업체를 극복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일한 대안은 저가전략인데 이케아를 필두로 대형가구업체들이 저가전략에 치중하면서 영세가구업체들이 숨 쉴 공간은 많지 않다. 여기에 환경심사 기준이 점차 까다로워지면서 영세가구업체 입장에서는 환경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조차 버겁다.
영세가구업체들은 자치회를 구성해 대형가구업체 공세에 대응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한 예로 광명 가구거리의 경우 소비자 편의성을 위한 주차시설도 변변치 않다. 광명시가 부지를 매입해 주차시설을 마련해줬지만 수용차량이 많지 않은데다 대로변 주차가능 시간도 점심시간 전후로 3시간여에 불과해 효용성이 떨어진다. ‘집방(집꾸미기 방송)’, ‘셀프인테리어’ 등처럼 가구산업에 호재가 될 만한 이슈들이 생겨났지만 영세가구업체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셈이다. 가구산업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더라도 성장 과실을 따먹는 주체는 대형가구업체가 유일하다는 이야기다.
수원가구단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영세가구업체의 경우 2~3명의 종업원을 채용하는데 만약 한 곳의 가구업체가 폐업하게 되면 최소한 12~16명(4인 가족 기준)의 생계난으로 이어진다”며 “페스티벌을 지원하는 식의 단기적 대책이 아닌 대기업과 영세업체 간 상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명·수원=박해욱·강광우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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