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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게임'] 사생활 공개돼도 공짜 집이라면…젊은 세대 비참한 현실이 눈앞에

관음증·폭력 세태도 그려…영국 이어 12일부터 한국 공연

연극 ‘게임’에서 사생활이 공개되는 집에 입주한 신혼부부 남편을 연기하는 배우 전박찬/사진=두산아트센터




“자기야, 블루베리가 남자한테 그렇게 좋대.”

“그런 얘기를 갑자기 왜 해?”

“나 이따 새로 산 속옷 입어볼까?”

“...”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의 연극 ‘게임’ 연습실. 욕조에 몸을 담근 신혼부부 역의 두 배우가 낯 뜨거운 대화를 나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모두가 ‘다음 장면’을 상상하던 그 순간, 남편의 몸이 죽은 짐승처럼 아내의 몸 위로 힘없이 쓰러진다.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그때 한쪽에선 낯선 이의 흥분 가득한 음성이 들려온다. “와, 씨X 한 방에 맞혔어!”

영국 극작가 마이크 바틀렛이 쓴 ‘게임’은 집 없는 부부가 생존을 담보로 사생활이 공개되는 집에 입주한다는 극단적인 설정으로 ‘하우스 푸어’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 기묘한 집에 입주하는 순간 두 사람은 누군가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게임의 도구가 된다. 한 발에 100만 원, 여자는 추가 요금 20만 원. 누가 자신의 삶을 지켜보는지도 알지 못한 채 언제 날아들지 모를 마취총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해도 좋을 만큼 집이라는 존재는 이들에게 절실한 삶의 기반이다. 연습실에서 만난 전인철 연출은 “극 중 인물은 직업이 변변치 않아 집을 살 수 없고, 그래서 ‘낳고 싶은 아이’도 마음대로 계획하지 못한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모두 담고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부부가 다툴 때 튀어나오는 ‘남들은 이것보다 더 한 일도 하고 산다’는 말이 그저 연극의 대사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연극 ‘게임’의 전인철 연출./사진=두산아트센터


전 연출은 단순히 하우스 푸어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관음증과 폭력’으로 화두를 확대한다. “언제부턴가 각종 매체를 통해 타인의 삶과 고통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나는 안전하다’는 착각을 하며 살고 있죠. 그 실질적 폭력을 또 다른 줄기로 가져가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평범한 가정집을 재현한 무대 뒤로 두 개의 대형 텔레비전을 걸었다. 한쪽에선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 반대쪽에선 이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사람들이 담긴 적외선 카메라 영상이 흘러나온다. 관객은 부부의 사생활도, 이들을 보는 ‘또 다른 존재’도 관찰하며 일상에 무방비로 펴져 있는 폭력과 마주한다. 전 연출은 “지난해 영국에서 초연한 버전은 게임을 하러 온 사람들 입장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관객으로 하여금 게임 하는 사람과 부부의 입장 모두에 자신을 대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관객 입장에선 충분히 즐기며 볼 수 있는, 그러나 공연이 끝난 뒤엔 ‘내가 즐긴 그 순간’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과연 이 잔인한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을 관전할 당신은 게임에서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연극 ‘게임’은 ‘모험’을 주제로 내건 올해 두산인문극장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4월 12일~5월 15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17세(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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