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금융권 유일의 자체 승진시험 폐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승진시험 폐지는 이경섭 행장이 취임 직후 내세운 핵심과제이기도 한데요. 성과주의 도입 이슈와 맞물리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정훈규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농협은행은 매년 연초 한차례 과장 승진자를 뽑는 승진시험을 치릅니다.
시험과목에는 기본적인 금융 실무뿐 아니라 경영학이나 법학도 포함돼 있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농협은행원들 사이에는 ‘승진 고시’로 불립니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올초 취임 직후 이 ‘승진 고시’ 폐지를 핵심과제로 내세웠습니다. 현재 승진을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 곳은 금융권을 통틀어 농협이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 직원들만 승진고시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등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승진고시는 일한만큼 보상해주자는 정부의 성과주의 방침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실적이 아닌 시험 성적으로 평가받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농협은행 내부에서는 이 ‘승진고시’ 폐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폐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승지고시가 그나마 공정한 인사제도라는 입장입니다. 상급자들의 인사 전횡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섣불리 고시 제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농협은행 내부적으로 승진고시 폐지는 이미 10년 넘게 이어온 해묵은 논란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주의가 승진고시 폐지에 힘을 실었지만, 반대여론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경영진은 물론 직원들도 개개인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아직 폐지해야 한다거나, 유지해야한다는 하나의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올해 성과주의 도입을 두고 금융권에서 노사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농협은행에서 ‘승진고시 폐지’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편집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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