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국에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승리하자 전 세계가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 호기심, 그리고 불안감으로 들썩였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감정과 생각을 가질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승1패로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인공지능 신드롬’이 나라 전체를 흔들고 있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이 지식을 쓰는 특정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미디어들은 인공지능이 이미 의사·변호사· 펀드매니저·요리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 전문가보다 월등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전부 뺏어가고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다가올 거라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수천 명의 지식을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으로 습득한 ‘집단지성’일 뿐, 결코 인간 이상의 존재는 아니다. 알파고는 프로 바둑기사 수천 명의 경기 데이터를 학습한 기계일 뿐이며, 이세돌은 알파고 안에 있는 집단지성과 바둑 경기를 한 것뿐이다. 어느 분야든 뛰어난 일개 개인보다는 집단지성이 우세할 수 있다. 집단지성을 모토로 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백과사전의 대명사인 ‘브리태니커’를 넘어섰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 왜 지금까지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집단지성)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것은 바로 최근 들어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기 때문이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마치 사람처럼 판단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계학습 분야의 기술이다. 쉽게 말해 딥러닝은 컴퓨터가 인간처럼 판단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이다.
종래의 인공지능 바둑은 부분적인 수읽기 위주로 되어 있으며, 이는 ‘트리 탐색(Tree Search)’ 알고리즘에 의존하다 보니 전체 판을 보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알파고는 수읽기보다는 패턴 인식을 통해 수를 두었다. 기존의 기계학습은 성능 문제로 인해 전체 데이터를 집어넣기보다는 좋은 형상을 가공해 집어넣었다. 그러나 발전된 딥러닝 기술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넣어 학습한다.
알파고는 각 지점에 대해 11가지, 48차원의 벡터를 만들었고, 총 19 ×19×48= 1만7,328개의 고차원 벡터공간을 갖는다. 이 고차원 벡터공간에 바둑기사 수천 명의 집단지성을 부어 넣은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 상태에서 최고 승률이 높은 수는 어디인가를 지속적으로 학습한 것이다.
이런 딥러닝 기술 개발에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음성인식과 번역뿐만 아니라 로봇 인공지능 개발에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2012년 앤드류 응(Andrew NG)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1만6,000개의 컴퓨터로 약 10억 개 이상의 신경망을 만든 ‘심층신경망’을 구현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유튜브에 등록된 동영상 중에서 학습과정 없이 컴퓨터가 고양이 영상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가 영상에 나온 고양이의 형태와 생김새를 인식하고 판단하게 만들어 스스로 학습하게 한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머신러닝 스타트업인 딥마인드(Deep Mind)를 5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바로 알파고를 만든 장본인이다. 구글 검색의 기본인 ‘페이지랭크’ 알고리즘도 ‘텍스트마이닝(Textmining)’이라는 딥러닝 기술의 일종이다. 이 밖에도 유튜브의 추천 영상, 구글 스트리트뷰의 건물 주소 인식, 구글 나우의 음성인식, 구글 플러스의 사진 태깅 등 구글이 서비스하는 요소요소에 딥러닝 기술이 이미 적용되어 있다.
페이스북은 2014년 얀 리쿤(Yann LeCunn) 뉴욕대 교수와 함께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딥페이스’라는 얼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딥페이스 알고리즘의 인식 정확도는 약 97.25%다. 인간 눈의 정확도(약 97.53%)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딥페이스는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있다. 또한 얼굴 이미지의 옆면만 봐도 누구인지 판별해낼 수 있을 정도다. 페이팔은 ‘이상 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S)’에 딥러닝 기술을 활용 중이며, MS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인 ‘아담(Adam)’을 개발하고 이를 음성비서 ‘코타나’와 검색엔진 ‘빙(Bing)’과 연동시켰다. IBM 역시 최근 딥러닝 회사인 알케미API를 인수하며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은 주로 사진과 동영상, 음성 정보를 분류하는 서비스에 딥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의 양이 풍부할뿐더러, 정확성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분류하는 데 필요한 기계학습 방법은 ‘신경망’, ‘의사결정트리’, ‘베이지안(Bayesian)망’, ‘서포트벡터머신(Support Vector Machine)’ 등이 있다. 딥러닝은 신경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방법으로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처음 개발했다. 기계학습 방법은 크게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과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으로 나누어진다. 기존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대부분 지도학습에 속한다.
지도학습은 컴퓨터에게 먼저 정보를 가르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형태의 ‘자동차’ 사진을 입력하여 미리 자동차 패턴을 학습하게 하고 학습된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차’ 사진을 구분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지도학습은 학습과정 없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다. 딥러닝 기술은 대표적인 비지도학습이다.
1936년 영국의 천재 수학자 튜링은 ‘튜링머신’이라는 연구 결과물을 내놓는다. 어떤 가상의 기계가 스스로 저장된 기호들을 읽어 처리하고 그 상태에 따라 다른 상태로 전이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어떠한 연산이든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컴퓨터의 시초인 튜링머신은 이미 스스로 처리하는 딥러닝 기술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가지는 시대가 오면 어떻게 될까? 그러나 그런 시대는 당분간은 오지 않을 것 같다.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옥스퍼드대 교수는 오는 2050년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 수준의 약 50%에 도달하고, 2075년에는 약 9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의 지능에 근접하거나 버금가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이번 세기 안에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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