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간 전력 생산만 해온 한국전력의 주가는 최근 놀라운 속도로 상승했다. 지난 2013년 말 3만4,750원이던 주가가 불과 3년도 안된 올해 2월26일 장중 6만1,200원으로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과연 무엇이 시가총액 2위의 주가를 이토록 급하게 끌어올렸을까.
한국전력의 주가 상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기요금 체계의 이중적인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한국전력은 발전회사들로부터 전력을 사서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특이한 점은 한국전력이 전력을 사오는 가격과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요금의 결정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
한국전력은 발전회사들의 발전원가가 변할 때마다 전력 조달 가격을 조정해준다. 따라서 석탄이나 LNG 등 에너지원의 가격이 변하면 한국전력의 전력 조달 가격도 달라진다. 또 전력이 적게 필요할 때는 원자력 발전이나 석탄화력 등 값싼 전력만 이용하기 때문에 구매가격이 낮아진다. 반면 전력이 많이 필요할 때는 LNG를 태워 만든 고원가의 전력도 필요해 구매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전력조달 가격의 변화를 전기 요금에 즉시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기요금 조정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국전력의 향후 1년간 전력조달 원가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한국전력이 적정한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기 요금을 연 1회 조정한다. 그러나 단가가 계속 변동하는 전력조달 원가를 1년 앞까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전기요금을 조정할 때는 원가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국민경제 발전’이 한전의 설립목적에 포함되어있고, 전기요금 산정기준에는 ‘물가상황’ 등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게 되어있다.
왜 이렇게 한국전력은 기형적인 가격 구조를 갖게 되었을까. 이는 우리나라가 전력시장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려다 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전력조달 가격에는 시장 친화적 요소를 가미했지만, 전기요금은 아직 규제에 의해 결정되던 상황에서 민영화가 중단된 것이다. 그 결과 전기요금이 전력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0조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이런 요금체계 때문이다 .
최근 한국전력의 주가 급등도 이 같은 기형적인 요금 체계 때문이다. 현재의 저유가와 저물가는 한국전력에게 가장 유리한 환경이다. 원전 등 저원가 발전소가 증설되고, 유가마저 급락하면서 전력조달 가격은 급락했지만 전기요금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한국전력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13조원에 달한다. 일회성 이익은 본사 부지 매각 차익을 제외하더라도 6조5,000억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당연히 한국전력의 역대 최고 실적이다. 거시경제환경이 달라지면서 한국전력에게 병이 되던 제도가 보약으로 바뀐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