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6조6,000억원이라는 올 1·4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한 7일 삼성 내부에서는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실적 발표를 통해 사업부문별 정확한 숫자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IT·모바일(IM)이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4분기 IM 부문의 영업이익만도 3조원대 중반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50%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존심 회복한 IM 부문=삼성전자를 대표하는 핵심 제품인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는 최근 몇 년간 고전했다. ‘갤럭시S5’와 ‘갤럭시S6’의 판매량이 전작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2.5%(가트너)로 지난 2013년(31%)에 비해 9%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IM 부문의 실적도 하향세였다. 2014년 2·4분기 4조4,000억원이던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원대로 추락했고 지난해 들어서야 겨우 2조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이끌어왔다.
하지만 올해 1·4분기 상황은 다르다. ‘갤럭시S7’의 판매에 불이 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월 출시 후 한 달 동안 7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300만대 이상 더 팔려 1,000만대를 돌파했다. 판매 호조는 마케팅 비용 감소로도 이어졌다. 특히 갤럭시S7의 영업이익률은 기존 제품들보다 높다. 실제 스마트폰 분야의 영업이익률은 15% 수준으로 전 분기보다 5%포인트나 증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반도체도 한몫했다.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D램 시황과 달리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3D 낸드플래시 부문의 시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게 비결이다. 3D 낸드플래시 수요가 집중되는 스마트폰이 잘 팔렸고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SSD 저장장치 수요도 꾸준했다. 반도체 부문은 2조4,000억~2조6,0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생활가전(CE) 부문은 1·4분기 비수기에도 SUHD TV 등의 선전에 4,000억~5,000억원가량 흑자를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디스플레이(DP) 부문은 약 3,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1·4분기 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후 8분기 만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가 올해까지도 해소되지 않아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월 상반기 94달러에 달하던 32인치 LCD 가격은 최근에도 50달러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4분기 영업익 6조원, ‘갤럭시S7+환율’에 달렸다=1·4분기 실적이 당초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2·4분기에도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분기 실적 역시 갤럭시S7의 판매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1·4분기 약세를 이어온 디스플레이 부문은 2·4분기부터는 공정 안정화, 패널 가격 하락폭 진정 등으로 다시 흑자 전환하고 CE 부문 역시 에어컨과 냉장고 판매 증가, TV 수익 개선 등으로 힘을 보탤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유로 2016’과 브라질 올림픽 같은 빅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다만 경쟁업체의 상황과 환율 등이 관건이다.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사인 애플이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LG전자도 ‘G5’를 출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출시 시기를 앞당기면서 2·4분기 수요를 미리 가져다 쓴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갤럭시S7의 효과는 2,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2·4분기까지 지켜봐야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환율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8,000억원 정도 증가한다. 지난해 말 1달러당 1,172원50전이던 환율은 2월25일 1,241원까지 급등한 바 있다. 3월 들어서는 달러 약세가 이어졌지만 2개월 동안 환율 효과를 제대로 본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번 분기에 삼성전자 실적의 환율 효과가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에만 8,000억원 정도의 환율 효과를 본 적 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