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망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뭉칫돈이 유입됐던 일본주식펀드의 수익률이 고꾸라지면서 자금 유출이 거세지고 있다.
8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일본주식펀드(상장지수펀드 포함)의 연초 후 평균 수익률은 -16%로 지역별 주식펀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펀드의 자금 유출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7,269억원이 순유입됐던 펀드 자금은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벌써 421억원 빠졌다.
펀드별로는 ‘한국투자KINDEX일본레버리지ETF(-36.20%)’와 ‘KBSTAR일본레버리지ETF(-36.15%)’ ‘신한BNPP일본인덱스[자]C-A1(-20.23%)’ 등 일본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성과가 가장 나빴다. 이어 ‘이스트스프링다이나믹재팬[자]A(-19.27%)’ ‘피델리티재팬[자]A(-18.64%)’ ‘프랭클린재팬[자]A(-18.38%)’ 등 대다수가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시장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일본을 투자 유망 지역으로 꼽았다. 그러나 올 들어 엔화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일본증시가 하락 반전하자 펀드 수익률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1월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경기에 대한 우려는 점차 심화하면서 2만선을 웃돌았던 일본증시는 2월 1만5,000선 아래로 미끄러졌다. 엔·달러 환율도 2차 금융완화 정책 시행 이전 수준인 108엔대 후반으로 돌아갔다.
김태헌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4분기 역성장을 기록했던 일본 경기는 일본은행의 추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에도 부진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추경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추가 통화정책 여력은 낮아 엔화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시장도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설태현 동부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과 일본증시의 상관계수는 0.96으로 매우 높다”며 “최근 엔화강세를 고려하면 일본증시의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 일본의 비중을 낮출 것을 권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4분기 자산배분전략 포트폴리오에서 일본 시장 전망을 C에서 D 등급으로 내리고 투자비중(목표지향형 기준)도 1·4분기 3.5%에서 3.1%로 낮췄다. KB투자증권도 선진국 내에서 일본의 투자비중을 미국과 유럽 대비 가장 낮게 잡았다. 김정호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부담요인과 엔저 수혜 약화, 정책 신뢰성 훼손을 고려해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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