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표를 낸 후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에 친구의 제안으로 대치동 아파트 상가에서 32평 규모 점포에 테이블 10개를 놓고 시래기해장국 음식점을 운영하기 시작했죠. 직장 생활만 하다 보니 사업에 대한 감이 없어서 손님 몇 명 찾아오니 잘 되는 건가 싶었어요. 하지만 2년 6개월 만에 빚더미에 앉았고 음식점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한 번 시작한 것은 끝장을 보는 박 대표의 근성과 돌파력은 위기의 순간에서 힘을 발휘했다. 시래기 메뉴와 콘셉트를 재구성해 재도약을 시도한 것. 그는 시래기로 만들 수 있는 기본 메뉴인 해장국, 고등어 조림 등에서 탈피하기 위해 여러 식재료를 공수해 시래기와 접목하기 시작했다. 수 개월의 연구 끝에 전통음식인 불고기와 시래기를 조합한 ‘시래기 불고기 전골’ 개발에 성공했다. 브랜드명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음식점의 성격을 정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시래기라는 단어를 언급하되 시래기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느낌을 지우기 위해 ‘미스터’라는 영문을 붙였다.
“메뉴 개발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매장 리뉴얼은 단기간에 마치고 2013년 9월 미스터시래기 대치본점을 개점했습니다.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시래기 메뉴를 먹은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재개점 첫 달 매출이 이전 평균 매출치보다 20% 가량 늘었습니다. 3년 동안 시래기 음식점을 운영하는 동안 최고 매출이었죠. 6개월 후에 월 매출이 1억2,000만원에 달하면서 소위 ‘대박’이 났습니다.”
박 대표는 시래기 요리가 김치찌개, 된장찌개처럼 보편적인 메뉴로 자리잡고 대표 한식 메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해 높아지고 있는데다 최근 한식뷔페 외에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한식 신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증을 시래기 요리가 채워줄 것으로 보고 브랜드 출범 3년 만인 올해 본격적인 가맹사업 전개에 나섰다.
“지난해 2월 미국 글로벌 부동산 회사의 동남아 3개국 법인장과 임원진이 국내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을 매장으로 초대해 시래기 요리를 대접했습니다. 반응은 예상보다 폭발적이었죠. 동남아에서도 시래기를 초절임 형태로 먹긴 하는데 이렇게 불고기와 함께 따뜻하게 끓여 먹는 새로운 방식이라면 동남아에서도 인기를 끌 것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습니다. 해외에서도 시래기는 전혀 낯선 식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 한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죠.”
미스터시래기는 올해 주 메뉴 강화와 함께 PB 제품을 새로 선보인다. 인기 메뉴에 사용되는 곤드레 만두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판매 중이며 이달 중 시래기 우동도 생산한다. 산나물을 활용한 샐러드 등 기본 식재료를 이색 메뉴로도 내놓을 예정이다.
박 대표는 “올해부터 미스터시래기 기존 콘셉트 매장 외에 10평 내외 공간에서 음식을 바로 조리해 판매하는 델리 형태의 매장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가맹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쳐 올해 60개 매장을 추가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스터시래기를 대표 한식 브랜드로 성장시켜 5년 내 매장 600개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향해 박 대표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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