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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 정책' 경고음 커진다

IMF "장기화하면 연기금 수익성 악화 등 자산붕괴 위험"

글로벌 자산운용 블랙록 "소비 위축 불러 경제성장 저해"

獨 부총리 "초저금리는 부자에게만 유리한 정책" 비판도

유럽·일본 등의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 수단이 바닥나자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 처방책을 내놓았지만 ‘위험한 실험’이라는 경고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 중앙은행은 사상 초유의 제로 금리와 대규모 양적완화의 약발마저 떨어지자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통해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정책 기대와는 정반대로 연금 생활자 등의 소득 감소에 소비가 줄고 은행을 비롯한 생명보험사·연기금 등의 수익성 악화와 자산 거품 증가로 금융 시스템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일시적인 경제 호황을 가져오겠지만 과도하게 의존하면 또 하나의 자산 거품과 붕괴 위험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일본, 헝가리 등 6개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IMF는 일단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신용 창출이 늘었다”며 “금융 상황을 개선하고 수요 증가,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데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IMF는 마이너스 금리가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장기화하거나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부작용이 커진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호세 비냘스 IMF 통화자본국장은 “마이너스 금리로 이익이 감소한 시중은행들이 과도한 위험 투자에 나설 수 있고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지연된다”며 “생명보험이나 연기금 등의 생존능력도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수익성이 하락한 유럽계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파산 위험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가 -0.75~-2%까지 내려갈 경우 이자는커녕 현금 보관 수수료만 물게 된 기업과 가계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 시행 국가에서는 금고 보관이 간편한 1,000스위스프랑(120만9,100원) 등 고액권 지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로 기업과 가계의 은행 대출이 늘면서 투자와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중앙은행들의 시나리오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많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이날 연례 주주 서한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예금자들이 은퇴 준비에 필요한 금융 수익을 얻지 못하면서 오히려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경제 성장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형적인 35세의 경우 장기 금리가 5%에서 2%로 떨어지면 은퇴 대비를 위한 저축을 3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도 “스위스 등을 보면 마이너스 금리가 항상 소비와 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마이너스 금리에도 유로존 경기와 물가가 회복되지 않고 일본 엔화 가치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는 등 정책 한계가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 엔화 가치는 1월 말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당시 달러당 121엔대에서 11일 현재 107엔대로 치솟은 상태다.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는 투자 자산이 많은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ECB의 초저금리 정책은 예금자, 근로자, 연금 생활자 등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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