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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복제된 동물이 식탁에 오른다면?

복제된 동물이 당신의 식탁에 오른다면?

최근 황우석 박사가 중국의 생명공학회사인 보야라이프그룹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동물 복제공장을 만들어 매년 식용으로 쓰일 복제 소 100만 마리를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복제동물 식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복제된 소를 식량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교배만으로는 갑자기 늘어난 쇠고기 수요를 채울 수 없으므로 복제공장을 만들어 좋은 품질의 소를 많이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국은 소득이 높아지면서 쇠고기를 먹으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2001년에는 3만7,000톤 정도였던 중국의 쇠고기 수입량이 지난 2014년에는 31만톤이 넘을 정도로 크게 늘었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은 복제된 동물의 고기나 우유가 식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서 복제 동물 식용에 힘을 실어 줬다. FDA는 ‘위험성 최종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식용 반대주의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식용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FDA 보고서는 “복제 소나 돼지, 염소로 만든 음식과 일반적으로 자연상태에서 사육된 동물로 만든 음식이 모두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제 동물의 식용허용 여부를 놓고 도덕적, 종교적, 윤리적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복제 동물 식용을 찬성하는 쪽은 일반 동물과 안전성에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복제 동물을 먹는 것이 안전한 지 검증이 되지 않았으며, 높은 생산 비용 때문에 경제성 또한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식품안전청(EFSA)은 “복제 가축으로 생산한 고기와 각종 부산물의 안전을 평가하기에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리를 따라 유럽의회는 복제동물의 식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권고안은 복제동물 자체의 고기뿐 아니라 그 후손의 고기나 우유 등도 식용을 금지하고 아울러 유럽연합(EU) 이외 지역으로부터의 수입도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제 동물의 식용 문제는 개인적인 좋고 싫음의 취향을 떠난다. 우리에게 생명 윤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복제동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1952년 미국의 존 브리그 박사는 개구리의 수정란 세포를 떼 내 다른 개구리의 난자에 이식한 뒤 올챙이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1962년에는 영국의 고든 박사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수정란이 아니라 체세포인 내장세포를 이식해 똑같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더 나아가 1983년에는 사상 최초로 포유류의 복제가 이뤄졌다. 미국의 일멘스 박사가 생쥐의 수정란 세포를 다른 생쥐의 난자에 이식해 복제동물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1986년에는 생쥐보다 덩치가 훨씬 큰 양의 복제가 있었다. 윌라드슨 박사가 수정란 세포를 다른 양의 난자에 이식해 복제에 성공했다.

이언 월머트(오른쪽)박사가 복제양 돌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복제양 돌리는 ‘수정란이 아닌 체세포를 이식해 얻은 최초의 포유동물’이다. 돌리의 아버지 영국의 이언 월머트 박사는 스코틀랜드 애든버러대의 로슬린연구소에서 가축의 우량종 연구를 하다가 다 자란 동물도 복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됐다. 월머트는 양의 난자를 얻어 핵을 제거한 뒤, 다른 양의 젖샘 세포를 추출해 핵을 옮겨 심는 작업을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결국 세포의 성장주기를 맞추고, 전기충격을 가하는 방법으로 핵과 난자를 융합시키는데 성공했다. 어렵게 만든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이번에는 착상이 잘 되지 않았다. 계속 실패하다가 결국 277번째 수정란이 착상에 성공했다. 1996년 7월 5일 세계 처음으로 체세포 핵을 제공한 양과 똑같은 새끼 양이 태어났다. 돌리라는 이름은 당시 미국의 팝가수 ‘돌리 파튼’에서 따 왔다.

2006년 4월 첫돌을 사흘 앞두고 스너피가 관악로 서울대 수의과대학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11년 전인 2005년 4월 24일. 황우석 당시 서울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아프간 하운드 종의 개를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탄생시켰다. 이름은 ‘스너피(Snuppy)’. 서울대학교의 영문명(Seoul National University)의 머리글자 ‘SNU’와 강아지를 뜻하는 퍼피(puppy)의 뒷글자를 딴 것이다. 스너피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이유는 동물복제 중 가장 어려운 개 복제 사례였기 때문이다. 1996년 영국에서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뒤, 세계 각국에서 젖소·고양이·염소·돼지·말 따위의 각종 복제동물이 잇따라 태어났다. 하지만 개는 복제가 매우 어려웠다. 난자가 제대로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 배란이 이루어지고, 체외에서 성숙을 유도할 수 있는 체외 배양 기술도 없었기 때문이다. 체외 배양이 어려워 개복 수술을 통해 배란 된 지 정확히 3일 된 난자를 꺼내야 한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복제하고 싶은 개에게서 채취한 체세포를 찔러 넣고 전기 충격을 가해 인위적으로 융합시킨다. 이렇게 만든 수정란을 4시간 배양한 뒤 대리모에게 착상시켜야 한다. 보통 대리모 한 마리에 수정란 10개를 이식하는데, 대리모 10마리에 한 마리 꼴로 임신에 성공하는 수준이다. 세계 최초의 복제견 ‘스너피’는 123번 시도한 끝에 탄생했다.

스너피는 10년간 서울대에서 생활하며 다른 복제 암컷 개들과 인공 수정을 통해 강아지 10마리를 얻었다. 이를 통해 복제견도 생식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스너피’는 지난해 열살 생일을 지나 사망했다. 복제 동물은 성체의 체세포로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 동물보다 질병에 걸리기 쉽고, 유전병도 많아 수명이 짧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스너피는 일반 개의 평균 수명과 비슷한 10년 이상을 살다 세상을 떠났다. 사람으로 치면 70세를 넘긴 셈이다. 스너피는 복제 동물이 일반 동물보다 수명이 짧다는 주장을 깬 첫 견공이다.



황우석 박사팀이 개의 난자를 이용해 복제한 코요테가 평택시 축산위생연구소 야생동물구조센터 사육시설에 앉아 있다.


현재 동물 복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인 부부가 10만 달러를 내고 뇌종양으로 숨진 자신들의 애완견을 부활시켰고, 9·11 테러 현장에서 활약하던 영웅 구호견을 복제했다고 한다. 경찰청도 미국산 경찰견을 복제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더 나아가 멸종 동물 복제도 추진되고 있다. 황우석 박사는 지난 2012년부터 러시아 사하공화국 동북연방대 측과 공동으로 매머드 복제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한 연구원이 매머드 사체에서 채취한 혈액샘플을 들고 있다.


최근에는 극동 러시아 해안의 한 섬에 1만 년 동안 묻혀 있던 암컷 매머드 사체에서 혈액을 발견, 매머드 복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북극에서 발견한 매머드의 DNA 14종을 현존하는 코끼리의 몸에 주입해 고대 매머드와 가장 유사한 종(種)을 부활시킬 예정이다.

황 박사팀은 최근에는 동굴사자의 샘플을 채취해 복제 연구에도 나섰다. 동굴사자는 지금으로부터 258만~1만 년 전에 해당되는 시기인 신생대 홍적세 중기부터 후기까지 유라시아 대륙에 서식했던 고대 동물이다. 동굴사자는 1만 년 전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굴 사자는 지난해 여름 야쿠티아 지역의 영구 동토층에서 발견됐다. 모두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새끼 사자 두 마리였다. 이 중 한 마리는 부검용과 황 박사의 샘플 채취용으로, 나머지 한 마리는 미래의 연구를 위해 그대로 보존될 예정이다.

복제동물이란 본체와 유전적으로 똑같은 동물을 말한다. 그렇다고 복제동물이 속까지 완벽하게 체세포를 물려준 ‘부모’를 닮는 것은 아니다. 복제동물의 세포에 들어있는 세포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부모’의 것이 아니라 대리모가 제공해준 난자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에 미토콘드리아 DNA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질병이 700종이 넘는다.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전혀 다른 종의 난자를 이용하는 이종복제의 경우에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진다. 멸종된 매머드의 체세포 DNA와 현생 코끼리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진, 현생 코끼리의 배를 빌려 태어난 복제 매머드를 진정한 매머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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