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자인이 강조된 가전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TV나 냉장고·세탁기 등이 단순히 가전제품이 아니라 개성을 드러내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되면서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디자인 가전은 LG전자가 먼저 재미를 봤다.
지난 2009년 처음 출시한 클래식TV가 대표적이다. 과거 손으로 다이얼을 돌려 채널을 바꾸던 로터리 방식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제품이다. 출시 초부터 큰 인기를 끌며 세 번째 제품까지 내놓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 디자인은 1970~1980년대 느낌을 살렸지만 화질이나 시청 모드 등은 LG전자의 최신 TV 기술이 담겼다.
삼성전자나 동부대우전자 등도 최근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제품 세리프TV가 대표적이다. TV지만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인 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가 제품 디자인에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아예 세리프TV 체험관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두오모’나 에이후스·덴스크 등 프리미엄 가구점에 마련했다. 또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참여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리프TV 40인치가 199만원, 32인치가 139만원으로 비교적 높지만 디자이너 부훌렉이 참여한 가구들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 고객들의 구매가 많다”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 역시 디자인이 강조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더 클래식’ 라인이 대표적이다. 냉장고는 크림화이트·민트그린 등 눈에 띄는 색상과 냉장고 느낌을 지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전자레인지 역시 기능보다는 복고풍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말 출시한 후 월평균 판매량이 1,50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역시 디자인이 강조된 제품으로 판매량이 예년 대비 2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자인 가전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복합적으로 분석했다. 우선 부동산 경기 침체와 비싼 전세금으로 낡은 집을 인테리어로 고쳐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면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 성능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면서 기술이 아닌 디자인을 기준으로 삼는 것도 영향을 줬다. 결혼을 미루고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1인 가구가 늘면서 더욱 세련된 느낌의 가전제품을 원하는 수요도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쿡방(요리방송)과 먹방(먹는 방송)에 이어 올해 인테리어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당분간 디자인 가전에 대한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 침체로 작은 사치를 누리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 역시 이유”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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