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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통화정책 아껴야"...금리인하 신중모드

한은 구조조정 지원 사격 가능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경제상황이) 불확실할 때는 정책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기대감을 크게 낮춘 것이다.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각)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을 위해 찾은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불확실성이 클 때는 섣불리 통화정책 쓰는 게 위험할 수 있다”며 “대외 여건이 안정적일 때 (통화정책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3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 발언과 온도 차가 뚜렷하다. 그는 당시 “상황 변화에 따라서 통화정책 방향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와 맞물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졌고 채권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한은 안팎에서는 여당의 총선 참패로 정부 재정정책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폴리시믹스(재정+통화)’의 다른 한 축인 통화당국도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그동안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통화정책·재정정책·구조개혁 소위 3박자가 함께 시행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 총재는 그동안 말을 아꼈던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지금은 한은이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한은이 나서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며 “현재 구조조정과 관련해 한은이 직접 하고 있는 일은 없지만 중앙은행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나설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총재의 워싱턴 발언으로 당장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떨어졌지만 한은이 결국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새로운 금융통화위원회가 꾸려지는 오는 5월 이후에는 ‘한은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선 정국에 돌입하기 전에 정부가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상태라 한은이 어떤 형태로든 지원사격에 나서야 하는 구도가 될 수도 있다.

한편 1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대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4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초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중요한 것은 2·4분기 이후 경기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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