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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에 갈길 먼데 'P의 리스크'까지...개혁 법안 가시밭길

[16년만의 여소야대 경제 어디로]

<중>브레이크 걸린 경제정책

경제활성화·노동개혁법안 등

입법권력 변화로 표류 가능성

정부 경기부양 카드도 차질 전망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논란 커질 듯





장기침체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P(politics·정치) 리스크’가 엄습하고 있다. 입법권력의 변화로 기존 여당이 추진하던 노동개혁, 면세점 제도 개선 등의 정책들은 힘을 잃고 야당이 주장하는 증세 등을 둘러싼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경제는 한마디로 시계 제로 상태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수출·소비·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장기 저성장의 굴레에 갇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3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2분기 동안 단 세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 분기 대비 0%대 성장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이마저도 두 번(2013년 2·4분기, 2015년 3·4분기)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따른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효과였다.

세월호 사건(2014년 4월)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2015년 6월)로 인한 일시적인 경기 급랭의 충격이 있었다지만 현 정부 들어 뚜렷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연간 성장률도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6%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정부의 목표(3.1%)와는 거리가 먼 2%대 중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나타난 것도 경기 부진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대내외 여건상 당분간 경기가 뚜렷하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소비 등 일부 반등한 지표를 바탕으로 총선 이후 경기 살리기에 주력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여당의 참패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에 계류된 기존 경제 활성화 법안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고 앞으로 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던 각종 정책수단들도 방향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존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경제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개혁법안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정부·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한 뒤 직권상정을 통해 노동 관련 법을 일괄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 야당의 협조 없는 일방적인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5년 시한부 특허를 10년으로 연장하고 시내 면세점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면세점 규제 완화도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경기부양이나 구조조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도 기존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구조조정용 실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두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가 급랭하면 사실상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추경도 야권이 반대하면 사용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 40.1%(2015년 말 기준)면 국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115.2%) 대비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현 정부 들어 불어난 것은 국가채무와 가계부채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부자 증세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여당이 증세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기존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비용을 충당하고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채무를 늘리거나 세금을 더 걷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대권 공약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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