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철광석이나 석탄 같은 원자재를 주로 실어나르는 벌크선 업체들은 최근 운임 회복에 모처럼 웃고 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가 지난 2월 사상 최저치인 290까지 떨어진 뒤 내리 상승하며 5개월 만에 600선을 돌파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운임 상승에 따라 그동안 묶어둔 선박들이 운항을 재개하면 운임이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그래도 모처럼 다가온 봄 햇살에 화색이 돈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BDI는 15일 기준 635를 기록했다. BDI가 600선을 웃돈 것은 지난해 11월5일(640) 이후 5개월 만이다. BDI는 2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4일부터는 지난해 같은 날짜의 운임지수를 올라섰다.
최근의 운임 상승은 수요 확대와 공급 조절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철광석과 석탄·곡물 등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운임 상승을 이끈데다 선박 해체와 계선(선박 운항 정지)이 늘며 공급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폐선 규모는 5,040만DWT(재화중량톤)으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계선량의 경우 벌크선은 부정기선이 많아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지만 폐선량 증가세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DI가 600선 이상에서 유지되면 벌크선사들의 수익성도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용선료(선박 임대료)를 고려할 때 BDI 600선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익이 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근 운임 회복으로 팬오션이나 대한해운 등 벌크선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해운사들은 한숨을 돌리고 있다. 벌크선 업체는 시황과 상관없이 고정 운임을 받는 정기선과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부정기선을 운용하는데 BDI가 상승하면 부정기선 부문의 이익이 크게 개선된다.
다만 BDI가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대형 벌크선사의 한 관계자는 “운임이 오르면서 계선과 폐선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며 “물동량이 충분히 받쳐줘야 운임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