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올해 1·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상당 수의 기업들은 ‘제로(Zero)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전체 상장사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34조4,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하게 긍정적인 대목은 증권가의 1·4분기 이익 추정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달 전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합계 추정치는 33조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조1,000억원 정도 높게 조정됐다.
저성장의 장기화로 눈높이가 낮아진 탓인지 주식시장의 관심은 1·4분기 실적의 성장률보다는 예상치보다 잘 나왔는지, 못 나왔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 실적 전망치 추이의 방향성은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실적 전망치가 전체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산업별로는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판단된다. 전체적으로는 실적이 부진하지만 일부 분야에서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경기 부진 속에서 기업들의 매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제품가격 반등과 환율 상승에 힘입어 이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즉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은 감소하지만 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업종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인 업종은 석유화학, 철강, 항공, 음식료, 화장품 등이다. 석유화학과 항공은 환율이 상승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고, 화장품은 중국 시장 수요가 커지면서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철강 업종은 구조조정에 따른 반등 여지가 있다. 해당 업종에 속한 일부 기업들은 1·4분기에 깜짝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매년 4~5월은 전통적으로 실적 전망치와 주가의 연동성이 높은 시기다. 전망치가 높아지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과 종목들은 강한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기대치가 낮아지는 종목은 주가 흐름도 부정적이었다. 이번 실적 발표 시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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