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구조조정 발언과 관련해 기재부의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재부 측과 협의 중인 사항은 없다”면서도 “유 부총리가 기재부 실무진과 관련 내용을 검토한 후 조만간 어떤 형식이든지 후속 조치를 내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유 부총리의 구조조정 발언은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먼저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당장 이달 말께 기업 구조조정 범부처 협의체가 재가동될 예정인 가운데 협의체의 구성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출범한 협의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고 경제 관련 부처 차관들이 참석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총리가 직접 구조조정을 챙기겠다고 한 만큼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큰 그림을 그리는 범부처 협의체를 직접 주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4·13 총선 결과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면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작업은 야당의 동의 없이는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경제 관련 부처들로 구성된 범부처 협의체를 노동부를 추가하는 식으로 확대 재편해 인력 감축 대책 등을 포함해 논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유 부총리가 직접 현대상선을 거론하며 “걱정된다”고 한 것을 두고는 현대상선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인 해외 선주들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산업적 차원에서 큰 그림만 제시할 뿐 특정 기업에 대한 결정은 채권단에 맡기는 형식을 취했다. 오너가 있는 기업을 죽이고 살릴지 결정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큰 부담일 뿐 더러 시장질서에 맞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 부총리의 발언은 이례적이다. 현대상선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이 결렬되면 현대상선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게 채권단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유 부총리가 용선료 협상을 직접 거론한 것도 이 같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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