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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엔화 강세의 후폭풍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




연초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면서부터 엔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엔화 강세 탓에 일본 닛케이지수는 연초 대비 15%가량 하락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았던 일본이 엔화 강세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것은 상징적인 대목이다.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시작된 엔화 강세는 투기적 매수량의 증가와 외국인의 일본 주식 대규모 매도와 맞물려 가속을 붙이고 있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갈수록 엔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 외국인은 1·4분기에 일본 주식을 6조엔 순매도해 분기 단위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일본 주식에 투자할 때 엔화 약세와 주가 강세에 대비해 환헤지를 한다. 외국인이 매수하면 엔화가 약세를 보이지만 매도 때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주식 매도와 엔화 매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엔화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는 캐리트레이드에 주목해야 한다. 캐리트레이드는 금리나 통화 가치가 낮은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해 다른 나라의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 방식이다. 일반적으로는 자금을 조달하는 국가와 투자 대상인 나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될 때 활발한 거래가 이뤄진다. 자금조달 국가의 통화가 약세거나 투자 대상 나라의 통화가 강세여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최근 흐름처럼 엔화 강세 현상이 이어지면 캐리트레이드 투자는 급격히 위축된다. 특히 비차입형 캐리트레이드 투자에 타격이 예상된다. 비차입형 캐리트레이드는 일본 거주자의 해외 투자를 의미한다. 일본에서 해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시점은 지난 2013년 9월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약 2년 4개월 동안 일본 거주자가 해외 자산에 투입한 자금은 56조엔에 달한다. 월평균 2조엔씩 해외 자산을 사들인 셈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불안감과 제한적인 유럽의 유동성 효과를 고려할 때 지난 2년 동안 일본을 빠져나간 자금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준 긍정적인 효과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과 엔화 강세는 해외 투자액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계 자금의 해외 투자 영향력이 강했던 만큼 전 세계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도 클 수 있다. 과거 캐리트레이드와 달리 최근 일본 해외 투자의 가장 큰 특징은 주식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주식 투자는 선진국에 90% 이상 집중됐다. 엔화를 통한 캐리트레이드의 청산 위험이 높아지면 신흥국보다 선진국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엔화 강세 전환의 후폭풍은 3년 동안 지속된 선진국 증시 상승기의 종말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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