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행사가 산업부 장관과 서울시장까지 나서 감사함을 표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K패션 발전과의 연결고리가 미약하다. 보그·지큐 등 외국 잡지 발행사인 컨데나스트 인터가 주최한 행사로, 참가자 명단과 컨퍼런스 내용을 보면 샤넬·발망·휴고보스·베르사체 등 글로벌 기업 관계자 수백명이 명품 브랜드의 미래 먹거리를 논하는 게 핵심이다. 국내 패션기업 관계자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LF·코오롱FnC·한섬 등 패션대기업부터 신진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정작 K패션을 이끄는 핵심 관계자들은 초대조차 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세계적 패션 컨퍼런스 개최지로 서울이 선정된 것만으로 의미가 크다고 주장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에 비해 막대한 이윤을 챙긴 이들은 극소수라 허탈감을 키운다. 컨데나스트 인터는 이번 행사 입장비를 1인당 무려 560만원으로 책정해 돈잔치를 벌였고, 스폰서인 MCM과 관계사 두산매거진 등 일부 기업만 광고 효과를 누렸다. 반면 국내 패션기업들은 K럭셔리로의 도약은 커녕 역설적으로 글로벌 패션기업과 SPA의 공세로 생존을 위협받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지 멘키스와 명품기업의 발자취가 서울에 묻었다고 해서 K패션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건 아닌데도 일부 정부 관계자와 패션기업인들은 여전히 전통적 사대주의에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한국 기업 및 소비자와 언론을 우습게 보며 폐쇄적인 태도를 일관하는 관행도 되풀이됐다. 컨데나스트 인터를 돕는 국내 기업 관계자들조차 변경된 일정을 주최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바람에 당황하기 일쑤였고, 사진기자와 방송기자의 출입도 금지해 대중과의 소통을 차단했다. 국내 패션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신진 디자이너나 일반 대중들은 어떠한 영감도 받을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