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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연금투자, 환헤지가 정답은 아니다

신상근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신상근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환율은 일반투자자에게 다소 먼 얘기이고 투자를 하기에도 막연하다. 사실 전문가들도 환율의 움직임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른 자산과 비교해 영향을 받는 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활 속에서 환율로 울고 웃는 때가 많아서 어렵다고 예측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급등했을 때 결혼을 한 부부는 해외에서 신혼여행 선물을 사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일본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환율이 바뀌면서 소비나 투자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연금투자자도 환율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주식시장이 꾸준하게 상승했지만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는 환헤지형 상품에 투자했기 때문에 엔화 약세에 따른 수익 효과가 반감된 탓이다. 일단 장기 투자 대상으로는 환 헤지를 안 하는 환오픈형 상품이 유리하다. 환율도 결국 흐름이 있고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성향을 고려한 전략이다. 신흥국 증시에 투자할 때도 환오픈형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펀드에서 환헤지는 달러·유로·엔 등 주요국 통화로 이뤄진다.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의 환헤지 기준도 달러다. 한국도 아직은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환오픈 전략이 수익을 극대화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때는 선진국과 신흥국 펀드를 함께 투자바구니(포트폴리오)에 담으면 더 좋다.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가치 상승에 모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연금 계좌의 자산 재조정(리밸런싱)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환헤지형이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의 시장 성과가 좋으면 자금 흐름도 나아지면서 통화도 강세를 띤다. 이때는 환오픈형이 낫다고 볼 수 있지만 단순히 해당 국가의 자산시장 전망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환율 변동 요인을 배제해놓고 투자하는 편이 좋다.

환율은 해외 투자를 할 때 최종 수익률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에는 환율의 움직임만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 방식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연금 투자의 사례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내용이다. 그동안 연금시장에서는 환율 변동은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모두 환헤지형으로만 상품을 출시했다. 요즘 들어 환율에 대한 투자 전략이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환헤지형과 환오픈형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실질적 세제 효과가 큰 해외투자 때 보유 기간과 성향에 맞는 전략을 잘 선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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