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비슷한 내용의 제도를 한시적으로 시행한 적이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혜택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21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을 위해 이 같은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기업들이 적어도 세금 문제로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이 불편하지 않도록 걸림돌을 치워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은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사업재편은 기업 자율로 진행하되 정부가 관련법과 제도를 보완해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5대 취약업종 내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계획에 따라 사업용 부동산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세를 일부 감면해주고 금융기관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매각할 때 양도세를 아예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 법)에 따라 진행되는 M&A 등 사업재편의 경우 현재는 합병 후 법인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피합병법인의 승계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이월 결손금을 공제해주지 않고 있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미래성장동력인 신산업 육성 등을 위해 다양한 세제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소프트웨어(SW) 개발업, 건축기술 등 부가가치 및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지식 기반 산업과 전통적인 서비스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우버택시·에어비앤비 등 온·오프라인 연계(O2O)산업이 고용을 창출하면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서비스업종은 시설투자보다 인력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며 “지난해 마련된 청년고용증대세제(중소기업 1인당 500만원, 대·중견기업 250만원)를 준용해 관련 기업이 고용을 늘리면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설비투자 절벽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환경 개선에도 나선다. 설비투자 증감률은 지난해 4·4분기 마이너스(전기 대비 -1.2%)로 돌아선 뒤 올해 들어서도 1월(-6.5%)과 2월(-6.8%)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해 1·4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투자자금 조달을 직접 보증하는 경우 보증금액의 일부분을 세액공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노사 합의로 임금을 깎고 근로시간을 줄여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장에 전폭적인 세제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히 참신한 아이디어다. 세제지원 등으로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처럼 노사 상생협약을 맺은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임금 하락분의 50%를 2년간 근로소득공제(한도 1,000만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이 깎이지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든 근로자에게 최대 2년간 줄어든 임금의 절반을 정부가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는 임금피크제 적용 사업장에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50세 이상 근로자에게만 지원되고 있다. 이를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해당하는 전 연령층 근로자에게 확대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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