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Concepts & Prototypes] 우주 글라이더





올 여름 두 명의 조종사가 글라이더 ‘퍼를란(Perlan) 2호’의 좁디좁은 조종석에 끼어 앉아 지상 27.4㎞ 상공까지 날아오른다. 이는 상업용 여객기는 물론 U2나 SR-71 블랙버드 정찰기의 비행고도를 뛰어넘는 고도다. 이 고도에 도달하기 위해 퍼를란 2호는 산악 지대 상공에서 부는 강력한 바람인 성층권 기류를 이용한다. 다만 이곳은 아직 우리가 잘 알고 있지 못한 항공학적으로 불안정한 공간이다. 희박한 공기와 강력한 자외선 때문에 약간의 계산 착오도 재난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비행을 성공리에 마친다면 퍼를란 2호는 고고도 비행과 기후과학의 역사에 새 장을 열게 된다. 행성 탐사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할 수도 있다. 단 한 방울의 제트 연료조차 소모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1. 이륙 조력자

추력 20마력의 예인기가 퍼를란 2호를 최대 3,000m 고도까지 예인한다. 이후 퍼를란 2호의 조종사가 예인줄을 분리, 리튬이온전지로 구동되는 조종장치와 기류를 이용해 동체를 상승시킨다.

2. 좁은 실내공간

비행 중 발생하는 항력과 중량의 최소화를 위해 퍼를란 2호의 여압 조종실은 크기가 0.9×3m에 불과하다. 또 대다수 항공기의 조종실은 단면이 타원형이지만 퍼를란 2호는 원형으로 설계됐다. 모든 곳에 균일한 기압(압력)이 전달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3. 특수 관측창

고도 27㎞에서 퍼를란 2호는 치명적 태양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에 방사선 흡수물질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창(窓)을 코팅했다. 이 창은 외부의 차가운 온도에서 조종사를 보호해주며, 동체의 구조적 일체성(structural integrity)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혹여 창에 금이 생겨 여압 능력이 상실되면 조종실 기압이 하락, 조종사의 폐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4. 독창적 주날개

일반 글라이더보다 넓은 24.5㎡ 면적의 경량 탄소섬유 날개를 채용,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도 충분한 부양력을 얻는다. 에어포일(airfoil) 역시 효율을 극대화하고, 이상적 양항비를 얻도록 설계됐다.

5. 안정적 비행

조종간을 이용해 주날개의 에일러론(aileron)과 승강타, 방향타를 조작함으로써 조종사는 난류 속을 헤쳐 나갈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항공기의 피칭, 요잉, 롤링 제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6. 안전한 강하



퍼를란 2호에는 엔진이 없는 만큼 에어브레이크를 사용해 속도를 제어한다. 조종사는 에어브레이크를 전개, 항력을 발생시켜 천천히 강하하면서 안전하게 착륙하게 된다. 비상상황에서는 직경 3.3m의 감속용 낙하산을 전개할 수도 있다.

7. 과학 임무

퍼를란 2호는 이번 비행을 통해 강력하고 예측이 어려운 성층권 기류에 관한 과학적 데이터를 최초로 수집하게 된다.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성층권 기류를 지금보다 정확히 예보함으로써 여객기의 성층권 비행을 실현할 수 있다. 성층권은 공기가 희박한 만큼 항력도 적어 적은 연료로 더 멀리, 더 빨리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8. 화성 탐사 시뮬레이션

지상 27㎞ 상공의 비행환경은 화성의 환경과 유사하다. 때문에 이번 비행에서 얻은 항공학적 데이터는 화성 탐사용 비행체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퍼를란 프로젝트의 최고경영자 에드 워녹의 설명이다. “언젠가 화성 탐사용 항공기를 개발하려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저희 팀은 그에게 필요한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9. 기후 공학

퍼를란 2호의 비행에는 또 다른 과학적 의미도 있다. 워녹에 의하면 성층권 기류가 충분히 넓게 펴지면 기류에 틈이 생기면서 대류권의 화학물질들이 성층권으로 유입될 수 있다. “이 화학물질은 최대 수십 년간 성층권에 머물 수 있는데, 누구도 그 환경적 유해성을 알지 못합니다. 페를란 2호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이를 포함해 기후변화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15.5km

2006년 퍼를란 1호가 세운 무엔진 항공기 최고 비행고도 기록.

전비중량: 818㎏, 조종실 실내압력: 8.5psi


여압 (pressurization, 與壓) - 우주, 외계행성 등 지구보다 기압이 낮은 곳에서 압력을 높여 지표면과 유사한 기압 상태를 구현하는 것.

양항비 (lift-to-drag ratio) - 양력(揚力)과 항력(抗力)의 비율.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SHELBY CARPENTE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