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운명이 정부와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간 가운데 합병이든, 한 곳을 집중 지원하든 단일 국적선사 체제를 선택할 경우 어디에 힘을 실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논란에는 영업력과 규모에서 앞선 한진해운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였지만 최근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재편 과정과 용선료(선박임대료) 조정, 운영자금 마련 등 자구계획 진행 상황을 볼 때는 현대상선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조건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해운사들의 명줄을 쥔 정부와 채권단의 의지에 따라 해운업계의 판도에 큰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중심 경제구조 속에서 경쟁력 있는 국적선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한목소리다. 다만 양대 해운사를 모두 유지하려면 정부와 채권단의 재무 부담도 만만치 않아 두 회사의 합병이나 한 회사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넘기고 한 곳만 살리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단일 국적선사 체제로 결론이 날 경우 외형적인 면에서는 한진해운이 여러모로 우위에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기준 선복량(선박의 화물 적재능력) 62만TEU(TEU는 6m 컨테이너 1개)로 세계 컨테이너선사 가운데 점유율 3.1%로 8위에 올라 있다. 반면 현대상선은 38만TEU, 점유율 1.9%로 세계 18위다. 세계 영업망이나 규모로 볼 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차이는 적지 않다. 영업실적에서도 한진해운이 우세하다. 지난 2013년 말 양 사가 자구계획을 발표한 후 2014~2015년 2년간 한진해운의 영업이익은 609억원인 반면 현대상선은 4,9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1~9월 컨테이너 부문 영업이익률 4.4%를 기록해 세계 3위권까지 올랐다.
이런 경영지표들만 볼 때는 한진해운이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다.
그러나 최근 해운 동맹 변화와 구조조정 노력 속에서 현대상선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훌쩍 뛰어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상선은 3월 자율협약에 돌입했고 일찌감치 시작한 용선료 인하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 현대증권을 약 1조2,500억원에 매각해 신규 운영자금도 확보했다. 반면 한진해운은 이날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해 앞으로 협상이나 용선료 협상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모그룹의 지원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팔 만한 자산도 대부분 정리해 추가 여력이 제한된다. 양대 해운사가 연간 1조원대 용선료를 내기 때문에 용선료 조정 성과는 회사 존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운 동맹 재편 과정에서 한진해운의 CKYHE는 세계 5위 에버그린과 6위 코스코가 빠져 동맹이 와해된 반면 현대상선이 포함된 G6에서는 세계 11~12위가 제외돼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다는 점도 현대상선에 유리하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G6의 하파그로이드가 건재해 앞으로 남은 해운사들이 G6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진해운도 새로운 동맹 개편을 준비 중인 만큼 올해까지 동맹체제 변화를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이처럼 양대 해운사의 장단점이 엇갈리는 만큼 정부와 채권단이 해운사 한 곳에 집중하기로 할 경우 선택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살리면 가장 좋겠지만 정부 여력이 닿지 못한다”며 “(한쪽에 힘을 싣는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로서는 어느 회사가 더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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