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7일 “북한이 오는 5월6일로 예정된 제7차 당대회 전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국제 관계 포럼 ‘아산 플래넘 2016’에 참석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그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전당대회 전에 주민들과 전 세계에 북한의 완전한 핵 능력을 과시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차 석좌는 그러나 김정은의 이 같은 전략이 결국은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에서 경제 성장이나 삶의 질을 강조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지만 이로 인해 제재를 받으며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미국이 앞서 마련한 독자적 대북 제재가 실질적으로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이 2차 제재(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등을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이 제재를 받게 되고 중국 정부가 반발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차 석좌는 “북한과 관련해 올해는 다음 달 당대회가 유일한 쿠션(완충 역할)이 될 것”이라며 “당대회에 앞서 추가 핵실험에 성공한다면 당대회에서 북한은 핵무기가 아닌 핵·경제 병진 노선의 다른 한쪽인 경제 개발을 언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들의 핵 전략이 성공했다는 북한의 자신감의 발로이지만 북한의 정책적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앞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대화의 채널은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CSIS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보면 북한은 미국 대선 기간에 도발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등으로 정세가 악화하더라도 대화가 진행돼야 전쟁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행사에 참여한 스티븐 블록먼(사진) 유럽정책연구센터(CEPS) 선임연구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유럽연합(EU)과 같은 정치·경제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위해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 붕괴로 동독과 서독이 합친 것이 유럽 통합에 큰 도움이 됐다”며 “현재 상황에서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동북아 내 협력을 강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난민 유입, 테러, 정치 양극화 등 EU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이 유럽 분열이 아닌 통합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희영·이경운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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