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후보와 부동산재벌 출신 ‘워싱턴 정가 아웃사이더’ 간 맞대결로 거의 압축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동북부 5개 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대형주인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메릴랜드·코네티컷·델라웨어 등 4개 주에서 승리했다. 반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소형주인 로드아일랜드만 가져가며 참패했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가 55~64%의 압도적 득표율로 5개 주를 싹쓸이했다. 이날 압승은 2~3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주지사가 최근 구축한 ‘반(反)트럼프’ 연대전선을 꺾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클린턴과 트럼프도 본격적인 대선 본선 행보에 들어갔다. 클린턴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분열이 아니라 뭉쳐야 한다”며 샌더스 지지층 흡수에 나섰다. 트럼프도 이날 “나는 이미 사실상 공화당 후보 지명자로 경선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날 경선 결과 클린턴은 대의원 195명을 추가하며 민주당 대선후보 지위를 사실상 확정 지었다. 지금까지 클린턴이 확보한 대의원은 총 2,141명(주지사ㆍ의원 등 지도부에 주어지는 슈퍼 대의원 519명 포함)으로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2,383명) 확보의 9부 능선에 도달했다. 샌더스의 대의원은 1,321명(슈퍼 대의원 39명)에 불과하다. 샌더스는 이날 완패했음에도 7월 전당대회까지 경선 완주를 공언했지만 역전극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샌더스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려면 그동안 클린턴을 지지했던 슈퍼 대의원들이 대거 돌아서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승리가 예상되는 캘리포니아 등 남은 지역에서도 압승을 거둬야 한다.
트럼프도 경선 최종 승리의 8부 능선에 다가섰다. 트럼프가 확보한 대의원은 950명으로 매직넘버 1,237명의 76.8%에 이른다. 반면 크루즈와 케이식은 각각 560명, 153명에 불과하다.
다만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가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재전당대회를 통한 낙마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변수다. 트럼프가 앞으로 남은 10개 경선지역(대의원 502명)에서 자력으로 과반을 확보하려면 60% 정도의 득표율을 올려야 한다. 더구나 크루즈-케이식 선거연대도 이날 경선지역이 아니라 인디애나(5월3일), 오리건(5월17일), 뉴멕시코(6월7일)를 겨냥한 만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트럼프가 파죽지세의 승리를 이어가면서 공화당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선 1위 후보를 강제로 쫓아낼 경우 지지층 반발에다 본선 패배까지 예상되자 주류 내에서도 자중지란이 일어나는 실정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압승으로 중재 전당대회 가능성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NBC뉴스와 서베이몽키가 18~28일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 유권자 1만7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트럼프 지지율은 사상 처음으로 50%에 도달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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