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펀드 성과와 운용 매니저의 보수를 연동해 투자자의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손실을 내도 자산운용사가 고정된 운용보수를 챙긴 ‘철밥통 관행’을 바꿔 추락한 펀드 신뢰성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성과보수는 자산운용사와 매니저가 펀드 운용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릴 때 일부를 고객으로부터 ‘인센티브’ 형태로 떼어가는 개념이다. 현재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공모펀드에서 성과보수를 수취하는 자산운용사가 없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성과보수 수취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우선 증권펀드와 실물펀드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성과보수를 수취할 수 있게 길을 터준다. 최소 투자금액(개인 5억원·법인 10억원)을 넘긴 고객에만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제는 철폐된다. 또 코스피지수 등 객관적 지표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가 직접 설정한 목표수익률을 성과보수 지급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이 오는 6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를 낸 뒤 국무회의를 거치면 늦어도 9월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성과보수제도 활성화를 통해 공모펀드의 운용 책임성이 강화돼 신뢰성과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면 운용보수는 기존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대신 목표수익률을 넘길 때 추가 수익금의 최대 20%가량이 성과보수로 책정된다.
예를 들어 A투자자가 B펀드(투자원금 1,000만원·운용보수 0.05%·목표수익률 5%·성과보수율 20%·세금 미고려)에 가입했을 때 10%의 수익률이 나면 100만원의 수익금 중에 15만5,000원의 보수를 자산운용사에 주고 84만5,000원을 얻게 된다. 반면 가입 펀드가 10%의 손실이 났다면 원금을 100만원 손해 보지만 전체 보수는 4만5,000원만 내면 된다. 수익률에 따라 투자자가 내는 보수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지수가 아니라 자산운용사에서 자체적으로 목표수익률을 정할 때는 성과보수의 상한선을 정해둬야 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번 공모펀드 성과보수 도입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투자자들이 펀드 운용보수 같은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마당에 성과보수까지 선뜻 지급하고 선택할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수년간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제도로 운용사의 수익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이 하락세를 지속하면 회사의 수수료 이익 자체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구간에 들어가기 전에 환매에 나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민구·박민주 기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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