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민 서울경제신문 이사회 의장의 가슴에는 아버지 백상 장기영 선생의 ‘자상함’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강력한 추진력 때문에 세상은 백상을 ‘불도저’라 기억하지만 속마음은 그 누구보다 따뜻했다는 것이다.
장 의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선친의 유업인 서울경제신문 이사회 의장, 그리고 가족 대표로서 이 자리에 서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참석자들을 맞았다. 그는 이어 “많은 분들이 백상을 일컬어 불도저라고 하지만 그분은 강한 이미지와 달리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배려로 가족은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격려와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의장은 시계를 10대 시절로 돌렸다. 그는 “1961년 10월로 기억한다. 당시 11세였던 저는 심한 천식으로 굉장히 아파 겨울에는 학교도 못 다녔었다”고 회고했다. 장 의장은 “한국 축구단을 이끌고 이스라엘 원정을 가셨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저와 어머니에게 홍콩으로 빨리 오라고 하셨다”며 “홍콩 공항에 내리니 거짓말처럼 천식이 싹 없어졌다. 이를 계기로 홍콩에서 3년 반, 이후 미국 LA에서 지금까지 50년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장에게 백상은 아버지이자, 어린 시절 지독한 천식을 고쳐준 의사였다.
항상 앞서 가는 아이디어와 비전으로 불황이나 위기마저 기회로 바꿨던 백상의 능력은 방대한 양의 독서에서 비롯됐다고 장 의장은 설명했다. 그는 “제 기억 속의 아버지는 항상 손에 책을 쥐고 계셨다”며 “특히 인문학에 대한 무한한 관심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남다른 비전을 제시하곤 했다”고 말했다. 문화와 예술, 체육 분야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장 의장은 덧붙였다.
장 의장은 “아버님이 남기신 훌륭한 업적과 정신이 항상 모든 사람에게 좋은 영감과 발전을 가져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언론인 ‘백상’이 가장 그리웠을까. 그는 수많은 백상의 어록 가운데 “신문은 아무도 이용할 수 없다. 신문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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