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약 12조~14조 원으로 추산된다. 과거 치킨, 중국음식, 족발·보쌈 등 특정 음식에 국한돼있던 배달음식 메뉴가 배달 앱의 등장과 함께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자연스레 배달음식 시장 규모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음식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주문·결제할 수 있는 배달 앱이 빠르게 시장 성장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O2O 생태계를 만든 서비스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선 현재 ‘배달의 민족’, 그리고 요기요와 배달통 연합군이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특색있는 전략과 고객만족도 향상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양 진영의 상황을 살펴봤다.
승부수 띄운 요기요-배달통 연합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배달 앱 시장은 1강 1중 1약 구도를 이루고 있었다. ‘배달의 민족’이 굳건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요기요가 1중, 배달통이 1약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이러한 구도에 균열이 생긴 건 요기요와 배달통이 전격적으로 협업을 발표한 직후부터였다.
요기요와 배달통은 지난해 5월 합병 수준의 전략적 협업을 선언했다. 완전한 합병이 아닌 ‘한지붕 두 가족’의 개념이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의 나제원 대표가 배달통 대표를 겸임하고, 김태훈 배달통 대표가 배달통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고문 역할을 담당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후 양재동에서 근무하던 배달통 직원들이 역삼동에 위치한 요기요 본사에 합류하며 사실상 한 식구가 되었다.
당시 업계에선 요기요와 배달통의 협업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시장에 특화된 토종기업 배달통과 글로벌 인프라와 노하우를 가진 요기요가 만나면 분명 기대 이상의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요기요·배달통 연합군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배달의 민족’’의 점유율을 조금씩 가져오며 배달 앱 시장의 양 강 구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같은 구도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업체는 바로 요기요였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요기요의 전체 주문 건 수는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구체적인 주문 건 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사용자 충성도가 높은 배달 앱 서비스도 특성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요기요의 앱 접속 트래픽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 2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요기요의 순 방문자 수는 전달 대비 225% 증가한 111만 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배달의 민족’ 방문자 수 123만 명에 불과 10만 명 모자란 수치였다. 요기요는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배달의 민족’을 제치고 배달 앱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요기요의 성장을 비단 배달통과의 연합 효과에 따른 것으로 국한하는 건 무리가 있다. 경쟁사가 사업영역 확장에 집중하는 동안, 요기요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개발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요기요는 사용자들의 방대한 주문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자체 개발한 ‘단골주문율’ 프로세스를 음식점 순위 선정에 반영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SK텔레콤과 함께 개발한 원클릭 배달 시스템 ‘플레이오더’를 선보이며 통신사와의 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요기요는 업계 최초로 배달 음식점에서 편리하게 사용자 주문을 접수할 수 있는 주문 단말기를 자체 개발해 배포하기도 했다.
나제원 요기요 대표는 말한다. “요기요는 그동안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발생하는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배달음식 이용 트렌드 등을 꾸준히 분석해왔습니다.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들은 맛있고 건강한 업소를 사용자들에게 먼저 추천해주는 합리적인 로직(Logic) 개발에 적용됐어요. 특히 지난해 배달통과 협업하면서 배달음식 인식개선, 소상공인 매출 상승, O2O 기술 개발이라는 저희의 근원적 목표 달성을 위한 발걸음도 재촉하고 있죠. 향후 요기요는 보다 더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과 철저한 가맹점 관리로 사용자와 음식점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나갈 것입니다.”
배달의민족 ‘추격은 없다’
요기요의 맹추격에도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아직 2위권 서비스와 격차가 큰 만큼 더 이상의 추격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배민의 성장은 곧 국내 배달 앱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민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해 배민은 국내 배달 앱 기업 최초로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다. 현재 2조 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배달 앱 시장에서 배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0년 6월 출시된 배민은 2013년 3,200억 원, 2014년 7,500억 원의 누적 거래액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총 주문 건수 역시 6,300만 건을 기록하며 경쟁사에 앞서고 있다.
그렇다면 배민의 성장세를 이끈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사업 다각화, 수수료 폐지 같은 파격적인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배민은 지난해 6월, 치킨, 중식, 피자 등 기존 배달 음식은 물론, 밖에서 사 먹던 음식까지 시켜 먹을 수 있는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시작했다. 배민이 더 다양한 음식을 시켜 먹고 싶어 하는 사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서비스다. 배민라이더스의 배달은 자체 인력이 맡고 있다. 배민라이더스의 배달원들은 차별화된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토바이 안전운전 교육을 수료하고 업주 및 소비자 응대 교육도 필수적으로 받고 있다. 배민은 배민라이더스 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배민프레시’, 톡톡튀는 B급 정서와 유머코드로 무장한 배민 브랜드제품 ‘배민 문방구’를 선보이며 오프라인 유통 영역으로도 꾸준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배민은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앱상에서 결제하는 ‘바로결제’ 서비스의 수수료를 폐지했다. 이는 놀라운 결정이었다. 당시 배민 매출의 약 30%는 바로결제 서비스 수수료에서 나오고 있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수료를 없앤 결정에 대해 일각에선 다음카카오의 배달 앱 시장 진출에 앞서 선점 효과를 노리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결정에 대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에 배달 앱 시장을 둘러싼 수수료 논쟁이 불거졌습니다. 대다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비판적 여론이 많았죠. 사실 저희는 업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바로결제 수수료를 낮추는 노력을 계속 해왔습니다. 당장 매출을 늘리는 것보단 고객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수수료 0%를 선언한 거였죠. 물론 모바일 결제를 제공하기 위해선 결제 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비, 인건비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로결제 수수료가 없어진다면 이에 대한 혜택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최근 통용되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푸드테크’를 누가 만들었는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놀랍게도 푸드테크라는 신조어는 바로 배민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푸드테크 시장을 만들고 키워가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배민이 과연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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