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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이종혁 산업부 기자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한 지 하루 뒤인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진해운 사옥을 찾았다. 사옥 근처에 다다르자 등 뒤에서 조롱하듯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이거 하나는 건졌네.”

증권사 출입증을 목에 건 남성 몇 명이 한진해운 사옥과 사옥 주차장 터에 들어선 유수홀딩스 소유 푸드타운 ‘테라스원’ 건물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유수홀딩스는 자회사 유수로지스틱스를 통해 장부가 1,954억원에 이르는 한진해운 사옥도 보유하고 매년 140억원의 임대료를 챙기고 있다.

유수홀딩스는 지난해 5월 한진그룹에서 독립하며 한진해운과는 남남이 됐다. 최 회장과 두 딸 역시 한진해운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존폐기로에 내몰린 지금의 상황에 최 회장의 책임이 없다 할 수는 없다.

그는 2006년 남편인 조수호 당시 한진해운 회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뒤 2014년까지 한진해운을 경영했고 채권단은 최 회장의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럼에도 최 회장 일가는 사재출연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여론을 들썩이고 있다. 자율협약 발표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남아 있던 한진해운 지분 0.39%를 모두 털어내 향후 주가폭락에 따른 재산피해를 면한 것이다. 현재 검찰과 금융규제 당국은 최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인 지분 매각을 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은 “공교롭게도 자율협약에 앞서 지분을 팔았고 상속세를 내기 위함이었지 위법행위는 없었다”는 강변한다.



최 회장으로서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발표를 정말 모르고 지분을 내다 팔았을 수도 있다. 아니 한진그룹과의 관계를 보면 몰랐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억울하다 말하기에 앞서 한진해운을 포함한 유수의 국내 기업들이 오너의 책임경영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룹의 모태 중 하나인 해운 사업을 지키기 위해 한진에 회사를 넘겼지만 무너지기 직전의 한진해운에서 발을 뺀 건 사실이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로마의 지도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카이사르의 아내는 의심조차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한국 기업의 오너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오너를 존중하는 만큼 오너도 엄격한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최 회장이 억울한 측면이 있고, 지금은 떠나보낸 회사지만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자율협약 직전 매각한 지분을 사재로 출연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것이 옛 식구(한진해운 임직원)들을 향한 마지막 도리이고,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대한항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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