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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개발의 종말







미국 화학기업 다우 케미컬 Dow Chemical 과 듀폰 Dupont 간의 합병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 이 합병이 투자 은행가들이 꾸며낸 수수료를 노린 전략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두 기업이 미국 역사에서 차지하는 기간은 331년이나 된다.

듀폰은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4번째 장수 기업이다. 그러나 이 두 기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역사 때문만이 아니다. GDP의 약 80%가 서비스업에서 창출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랑하는 이 두 기업은 실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질 좋고 수익성 높은 제품의 개발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늘날 듀폰과 같은 기업들의 높은 연구 예산은 미국의 많은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꺼리게끔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 Nelson Peltz가 작년 초 듀폰 CEO 엘런 쿨먼 Ellen Kullman과 난전을 벌이고 있을 때에도 R&D 지출은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쿨먼은 과학과 세계의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지만, 펠츠는 이를 듀폰 투자자들이 묵과할 수 없는 세력 확대 시도로 생각했다(한바탕 소동 후 쿨먼은 사임했다).

듀폰의 연구 예산이 잘 사용 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들이 엄청난 발견을 했던 때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수십 년 전 듀폰은 나일론과 테플론을 개발했다. 다우는 스티로폼을 만들어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과거 진행됐던 집중적인 연구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예컨대 AT&T의 벨 연구소(Bell Lab)나 제록스의 팰로앨토 연구소(XeroxPARC) 등이 그런 곳들이다. 이곳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는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트랜지스터와 컴퓨터 마우스 같은 혁명적인 발명품도 만들어 냈다.

현재 벨 연구소는 알카텔-루슨트 Alcatel-Lucent의 산하기관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한때 번성했던 뉴저지 주 홈델 Holmdel의 연구소-휴대폰 기술의 돌파구를 마련한 곳이다-는 이제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부동산 개발 등을 위한 복합 용도의 연구소로 바뀌었다. 제록스 팰로앨토 연구소는 여전히 그 이름으로 불리지만, 2002년 제록스의 자회사로 분리됐다. 이젠 과거 유명한 발견을 창출했던 지속적인 기본 연구보단, 요청을 받아 연구 개발에 참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업 연구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연구개발 비용을 보면, 매출 대비 지출이 최근 몇 년간 어느 정도 꾸준한 수준을 유지했음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포춘 500대 기업들은 이 비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공개하는 95개 기업마저도 카테고리가 매우 광범위 하기 때문에 자료가 별로 유용하지 않다. 게다가 연구개발에는 벨 연구소의 자연 방사선 발견부터 트위터의 반짝거리는 아이디어 ‘좋아요’ 버튼까지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다(벨 연구소의 자연방사선은 빅뱅이론으로까지 이어졌다).

경제학자인 애시시 아로라 Ashish Arora, 샤론 벨렌존 Sharon Belenzon과 안드레아 파타코니 Andrea Patacconi는 기업들의 연구 비용을 더욱 잘 파악하기 위해,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상장기업들의 비율을 살펴보았다. 지난해 발표한 이들의 연구는 놀라웠다. 2007년과 비교하면 상장기업의 6%만이 과학 학술지에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이는 1980년에 비하면 거의 3분의 2나 감소한 수치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로라는 다른 요인들을 통제한 연구에서 ‘기업들이 연구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오히려 시장에선 가치가 더 낮아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기업들은 35년 전보다 기초 과학의 가치를 더 낮게 매기고 있고, 이에 대한 수요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는 얼마나 걱정해야 할 일일까?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필립 워스월드 Philip Auerswald 교수는 “최근 몇 십 년간 R&D 지출이 줄어든 것은 세계 2차대전과 냉전 기간 동안 과열된 군사 기술 분야 투자가 다시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연구소에서 받은 노벨상은 모기업의 영광으로 돌아갈 뿐, 항상 연구소에게 돈을 벌어주는 건 아니다. 때론 경쟁자들이 혜택을 보기도 한다. 데스크톱 컴퓨터 아이콘 같은 제록스의 발명품을 스티브 잡스가 채택한 것을 생각해 보라. 돈이 되는 발견을 하기가 어려운 탓에 경영진은 기초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꺼리게 됐다.

좋지 않은 결과가 눈에 띌 정도로 분명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 연구의 감소가 5~6년 전부터 미국 경제를 병들게 한 생산성 성장세 저하와 맞물리고 있다. 2004년 이후 총요소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경제가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잘 결합해 경제 성장을 일궈내는 지를 측정한다-의 증가세도 앞선 10년(1994년~2003년)의 절반에 불과했다.

IMF 경제학자들은 최근 미국의 다양한 주에서 생산성 성장을 비교해 R&D 지출이 높은 지역일수록 TFP 성장이 더 빠르다는 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 라이벌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은 연구개발 분야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한 투자자들의 말에 그만 귀 기울이고, 기업 과학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에 다시금 불을 지필 때가 왔다. 마크 캐스트너 Marc Kastner 과학자선활동연대(Science Philanthropy Alliance) 회장은 “미국이 기초 연구를 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국가들이 할 것”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Chris Matth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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