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와 21세기에 각각 소매업계 선두를 차지한 월마트와 아마존을 생각해 보라. 컨설팅 기업 에바 디멘션스 EVA Dimensions에 따르면, 이 두 기업은 어떤 면에선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시장 가치가 각각 2,500억 달러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또 다른 면인 기업 실적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월마트는 위에서 언급한 시장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1,540억 달러의 자본을 사용했다. 아마존은 불과 350억 달러 자본으로 같은 결과를 성취했다.
바로 이 차이가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1세기 기업은 자본과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금융 및 물적 자본으로 정의되는 전통적 자본은 경제가 진화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처럼 현재 실적이 매우 좋은 기업들은 그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사용하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자본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매킨지글로벌 인스티튜트 Mckinsey Global Institute도 최근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산업은 물적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자산의 부피를 줄이고 있다’ 고 말했다.
특성상 물적 자본이 많이 필요할 것처럼 보이는 산업에서조차, 자본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있다. 예컨대 직물 및 포장 제조업체에선 산업용 디지털 프린터가 거대한 석판 인쇄기를 대체하고 있다. 더 작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주물, 단조 및 라스 장비는 더 작고, 저렴하고, 정확도까지 더 높은 첨삭가공머신(3D 프린터)으로 대체되고 있다. 태양전지가 재래식 발전소와 비슷한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분야에서도 집채만한 터빈의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기술은 어떤 자본이든 효율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자동차나 컴퓨터 서버 같은 자산은 사용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 그러나 인터넷 기반 스케줄링을 활용하면 낭비되는 시간 없이 사용을 할 수 있다. 결과는? 적은 자본으로도 더 큰 생산량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전통적인 자본의 역할이 점차 감소함에 따라 비 전통적인 자본, 특히 인적 자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1세기 기업 리더들은 누구의 자본이 가장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직면할 것이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제왕의 권력을 누려온 금융업자들은 ‘현대 기업에서 돈으로는 기껏해야 소수주주밖에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대부분의 주식은 기업의 근본이 되는 직원들이 보유할 것이다.
핵심 기술을 가진 직원들에겐 희소식이지만, 기술로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직원들에겐 나쁜 소식이다. 요즘 뜨는 신생 기술기업들은 상당한 지분을 제공하며 유능한 인력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관행은 영업활동 비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겐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의 자금보다 숙련된 노동력이 더 필요하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자본시장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경기 부양책과 높은 저축률 덕분에 글로벌 금융 자본이 넘쳐나고 있지만, 앞으론 기업들에게 금융 자본이 가장 절실한 필요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Geoff Col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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