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중국 투자자들이 최근 원자재선물시장에서 마치 카지노 같은 베팅을 하며 중국 다롄상품거래소의 철광석 선물가격이 연초 이후 46%나 폭등했다”며 “철광석 등 원자재선물시장이 지난해 여름 중국증시의 광풍을 연상시키는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기의 지표가 되는 거래량도 급증해 지난 4월 한달 동안 다롄에서 거래된 철광석 선물은 두 달 전의 두 배를 넘어선 3,300억달러에 달했다. 연간 글로벌 철광석 현물 거래량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철광석 선물가격 상승은 철광석 현물가격과 열연코일 등 철강 가격마저 뛰게 만들었다. 지난달 21일 철광석 현물가격은 톤당 68.7달러를 기록해 1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열연코일 가격은 올 들어 37%나 오른 톤당 520달러에 거래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철광석 선물가격 급등이 글로벌 원자재시장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씨티그룹은 “전 세계에서 투기 성향이 가장 강한 중국 투자자들이 시장 보호조치가 미비한 선물시장에서 무방비로 투기 위험에 노출됐다”며 “중국 원자재선물시장의 이상급등이 세계 원자재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방정부가 철강소를 신규 허가하거나 파산했던 철강업체들이 재가동에 나설 조짐까지 나타나 중국 당국의 과잉산업 구조조정 노력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4년에 파산했던 산시성 하이시철강이 이달 가동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선물가격 상승으로 과잉산업 구조조정 노력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철강공업협회에 따르면 1·4분기 중국 철강기업의 순손실은 87억4,800만위안(약 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억위안)에 비해 7배 이상 늘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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