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주금공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날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한 주금공 노조 총회를 앞두고 지난 3일 임원회의에서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며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 김 사장은 이날 출근하지 않은 가운데 주금공 노조 총회에서는 성과주의 도입이 압도적으로 부결됐다.
주금공 노조는 이날 오전 노조 총회를 열고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302명의 노조원 가운데 85.1%가 성과주의 도입에 반대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표를 던진 노조원은 전체의 13.2%에 불과했다.
앞서 정부는 성과주의 조기 도입을 위해 4월 안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금융공공기관에는 기본 월봉의 20%의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약속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성과주의 조기 도입의 데드라인을 넘긴 후 줄곧 거취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공공기관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 CEO가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성과주의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월 9개 금융공공기관(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공사·자산관리공사(캠코)·예탁결제원)장과 성과 중심 문화 확산 이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조기 도입을 주문해왔다. 이 가운데 예보만이 유일하게 곽범국 사장과 노조위원장의 물밑 합의를 통해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보수제도 개편에 합의했다.
하지만 예보를 제외한 다른 금융공공기관들은 주금공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보 역시 노조 설득 작업이 더딘데다 금융노조와 신보 노조와의 연대가 강해 성과주의 도입 논의 자체가 진척이 안 되고 있다. 캠코 또한 앞서 노조가 실시한 성과연봉제 찬반투표가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민간 은행의 표본이 될 수 있어 성과주의 도입에 가장 민감한 기관인 기업은행도 직원들의 성과 측정 방식 도입 자체가 쉽지 않아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일반 은행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에 성과 측정 방식 도입 자체가 어렵다”며 “금융공공기관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이 성과주의 조기 도입 실패에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적으로 퇴진을 결정하면서 다른 금융공공기관장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직을 걸고 성과주의를 도입하라고 메시지를 던진 만큼 배수의 진을 치는 CEO가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홍우·양철민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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