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명절 단골 선물 메뉴인 한우 농가와 매출의 80% 이상을 경조사용으로 올리는 화훼농가는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소비심리가 바닥인 상황에서 이번 제도는 카운터펀치를 날린 동시에 농가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악법이라는 주장이다.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한우는 명절이 최대 성수기인데다 선물 가격이 보통 20만~30만원대여서 선물 상한액을 5만원으로 정해버리면 한우는 팔지 말고 수입 고기만 선물하라는 소리”라며 “부정부패 때문에 선물을 제한하려다 농민 권익을 다 죽이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은 “현재 거래되는 화환 가격은 10만원 이상이 대부분인데 이마저도 화분값, 개발료, 중간상인 유통마진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김영란법에서 꽃을 제외하지 못한다면 10만~20만원선으로 상한액이라도 높여야 한다”고 읍소했다.
5만원 이상 고가 선물 수요 비중이 높은 백화점 업계와 1인당 식사 비용이 보통 3만원 이상인 호텔들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백화점 관계자는 “선물 중에서 5만원보다 적은 것은 10%도 안 되고 정육·굴비 등 명절 상품은 20만~30만원대가 대부분”이라며 “정체에 빠진 유통 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권 시장이 급랭할 것도 불 보듯 뻔하다고 걱정했다. B호텔 관계자는 “호텔은 음식 단가가 세서 법안이 통과되면 이용률이 확 떨어질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영업 위축, 인간관계 단절 등 시행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비롯한 시중 외식 업체나 일반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신당동의 한 아구찜 음식점 대표는 “우리 가게는 기본 메뉴가 3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아예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단체손님을 주로 받는 주변 식당들도 한숨을 내쉬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C기업 관계자는 “명절 선물을 생략하는 기업들이 이미 생기는 상황에서 일상적인 소통활동까지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어려운 내수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액에 대해 의견수렴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경환·신희철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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