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의 큰손인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이 올해 들어 원화 채권을 2조5,000억원 순매도하는 와중에도 중·장기물의 비중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포트폴리오 변동에 따라 템플턴의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관점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10일 NH투자증권(005940)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템플턴 펀드의 원화 채권 보유잔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8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조5,00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매수한 원화 채권의 규모는 2조3,000억원인 반면 보유하고 있던 종목 2조7,000억원어치를 매도했으며 만기가 돌아온 채권 2조원도 상환했다. 순매도한 종목은 오는 6월 만기인 ‘국고채 13-3’과 ‘통안채 1602-02’, 12월 만기인 ‘국고채 13-7’ 등 주로 단기물이다. 외국인의 채권 매도가 두드러졌던 올해 2월 초에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기간 매수한 채권은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이라는 게 NH투자증권의 분석이다. 템플턴은 3월21일 입찰이 진행된 5년 만기 국고채 15-9 종목을 4,000억원가량 편입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템플턴이 최근 새로 편입한 채권 종목들의 잔존 만기는 평균 2.3년으로 지난해 말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잔존 만기 평균 1.1년보다 길다”며 “템플턴이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을 새로 편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원화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가 중 국부펀드나 중앙은행 등 장기투자기관의 비중이 늘어난 가운데 템플턴 펀드도 적극적으로 중·장기 국고채 투자에 나설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장기물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원화 채권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으로 국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템플턴의 장기물 비중 증가는 단기 1개 분기의 변화로 7~8월께 6월 말 기준 포트폴리오가 공개된 후에야 투자전략 변동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강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원화강세 전환에 따른 환차익과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을 노린 투자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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