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가 어렵다. 경제성장률이 3.0% 아래로 떨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우리 수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중국 경제마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주요 교역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다. 한국의 대미 흑자 무역구조에 제동을 걸겠다는 엄포다.
특히 미국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모두 자국 경제 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있어 수출로 살아가는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됐다. 그동안 두 자릿수 이상의 고도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중국도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주요 2개국(G2)에 의존했던 우리 경제의 수출 여건이 ‘이중 딜레마’에 처해 있는 셈이다.
우리 경제의 수출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도 덩달아 성장하는 ‘낙수 효과’는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지난해 교역 규모는 9,634억달러로 1조달러가 무너졌다. 지난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대기업들은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고 해외로 나간다. 2008년 자동차 분야의 해외 생산 비중은 27.6%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49.8%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동안 휴대폰 분야는 45.0%에서 86.3%까지 늘었고 액정표시장치(LCD)도 0.0%에서 13.2%까지 증가했다. 대기업 주력 품목 생산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대기업을 통한 수출 개선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으로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와 경영 활동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 활성화’ 대신 ‘경제 민주화’에 휘둘리면서 대기업들의 경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수출 육성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수출 중심축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점점 이동시키는 전략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당이 중소기업 우대정책을 들고 나온 만큼 이를 활용해 중소기업 수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호기(好機)로 삼을 필요가 있다.
조선·해운·철강 등 대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산업 분야로 구조조정이 확대될 수도 있는 만큼 서둘러 수출 전략을 교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345만개 중 수출기업 수는 2.6%(9만2,000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통관 실적 1달러 이상의 수출 유형을 포함한 수치여서 정상적인 수준에서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 수는 훨씬 적다.
바꿔 말하면 중소기업 수출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면 그만큼 수출 기회가 많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경제의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수출 중소기업에는 공공 조달시장 참여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 조달시장 규모는 112조원으로 이 중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은 78조원에 달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기업은 자격을 박탈하고 수출에 나서는 기업은 우대해주는 방향으로 중소기업 간 경쟁제도를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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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성장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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