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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의 힘…헬스앤뷰티스토어시장 1조시대

경기 불황 속 알뜰 소비 맞물려

5년새 시장 규모 3배이상 껑충

올리브영·GS왓슨 시장 선점 속

롯데·신세계도 가세해 급성장





2000년대 초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한국형 드러그스토어인 ‘헬스앤뷰티(H&B)스토어’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보고 올리브영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국내 뷰티 및 생활용품의 질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들어섰지만,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유통망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일각에서는 국내서 개념조차 생소한 드러그스토어의 실패를 점쳤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2007년 1,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9,000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고, 롯데·신세계 등 내로라하는 유통기업들이 뒤늦게 가세해 각축을 벌이는 차세대 먹거리 시장으로 부상했다.

한국형 드러그스토어인 ‘헬스앤뷰티스토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1년 3,000억원대 시장이 5년새 3배 이상 커지면서 올해는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접근성 뛰어난 곳에서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전략이 경기불황 속 알뜰 소비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 1위인 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7,603억원으로, 가맹사업을 본격 시작한 2011년 매출(2,119억원)보다 5,485억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장 수가 152개에서 552개로 늘어난 영향으로, 최근 5년간 매년 20% 중반에서 30% 초반의 고성장세다. 올해 역시 4월말 기준 매장 수가 600개를 넘어선데다 새로운 수익 모델인 테마파크 내 매장 ‘올리브영 에버랜드점’, 올리브영 아웃렛 등의 선전으로 매출이 9,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아직 매장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지방 출점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영화관 내 미니매장 등 형태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1,274억원을 기록한 업계 2위 GS왓슨스는 직영점 출점 원칙을 고수하며 매출과 매장 수를 조금씩 늘려가는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매장 수가 113개로 올리브영에 크게 뒤지고 수년째 영업적자지만, 전 세계에 1만1,400여개 매장을 둔 글로벌 기업인 만큼 자체브랜드(PB) 강화 및 가격 경쟁력으로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자신이다.



여기에 롯데와 신세계가 본격 가세하면서 헬스앤뷰티스토어 시장 규모는 올해 1조2,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2013년 롯데쇼핑 내에서 시작한 롭스는 지난해 6월부터 별도의 사업본부로 독립해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 53개였던 매장을 올해 100호점까지 늘릴 방침이다. 신세계 이마트가 2012년 론칭했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분스는 영국 최대 규모 드러그스토어인 부츠와의 합작 등으로 재기를 모색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제한된 파이 속에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며 자칫 아웃도어 업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면서도 “반면 1인 가구 증가와 가성비 트렌드 강화로 유럽이나 일본처럼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의견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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