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을 대표하는 50대 브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이들 브랜드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이하 BKB)’에 이름을 올린 50개 브랜드의 가치 총액은 전년에 비해 3% 상승했다. 새롭게 이름을 올린 브랜드도 5개나 나왔다.
이번 BKB 선정 과정에서 한국에도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잠재력이 강한 브랜드들이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포춘코리아가 올해 BKB 선정 결과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짚어봤다.
올해 ‘BKB 50’의 브랜드 가치 총액은 128조 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3% 상승했다. 장기 경기침체와 빠른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 건 브랜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6년 BKB 최상위 5개 브랜드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SK텔레콤, 네이버가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는 2013년 BKB 리스트 발표를 시작한 이후 변함없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세 브랜드의 가치는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과 동일한 50조 7,865억 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로 모바일 사업에서의 성과가 다소 부진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는 6.7% 성장한 12조 4,492억 원으로 2위, 기아자동차는 3.2% 상승한 6조 2,465억 원으로 그 뒤를 따랐다. SK텔레콤은 지난해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8.4% 하락해 4조 1,541억 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순위 4위는 수성했다. 통신사업자로서 내수 기업 성장 한계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네이버가 27.2% 상승한 3조 7,546억 원을 기록해 5위를 차지했다. 이들 최상위 5대 브랜드의 가치는 77조 3,911억 원으로 50대 전체 브랜드 가치의 60%를 상회했다.
올해 BKB 순위에선 높은 매출 실적을 보인 브랜드, 고객 접점에서 브랜드 경험을 적극적으로 제공한 브랜드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선정된 50대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브랜드는 코웨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샘, CJ E&M 순이었다.
코웨이(32위·브랜드 가치 6,518억 원)는 브랜드 가치가 44% 상승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9위·브랜드 가치 2조 4,401억 원)은 브랜드 가치가 41% 올라 처음으로 BKB 톱 10에 진입했다. LG생활건강(26위·브랜드 가치 9,866억 원)은 29.7% 성장했고, 한샘(41위·브랜드 가치 4,669억 원)도 25.7%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CJ E&M(42위·브랜드 가치 4,577억 원)은 23.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지훈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는 “고객 접점에서 브랜드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고, 제품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 브랜드들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BKB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린 브랜드들도 있다. SK하이닉스, 엔씨소프트, LG디스플레이, GS리테일, SM엔터테인먼트가 그 주인공들이다. SK하이닉스(18위)는 브랜드 가치 1조 4,912억 원, 엔씨소프트(30위)는 6,984억 원, LG디스플레이(34위)는 5,887억 원, GS리테일(43위)은 4,557억 원, SM엔터테인먼트(46위)는 4,402억 원을 기록했다. 이들 브랜드는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고객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높은 평가 받았다. 브랜드 가치 제고 활동을 지속하거나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사업영역을 확대한 것이 브랜드 가치 성장을 견인해 신규 진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BKB는 50개 브랜드를 11개 산업군(기술, 자동차, 금융, 복합산업, 텔레콤, 리테일, 소비재, 에너지, 음료, 관광, 미디어·엔터테인먼트)으로 구분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 산업군별 브랜드 가치 분석 결과 소비재 산업군이 28.8%로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재 산업군에 속한 화장품 브랜드의 선전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K뷰티를 선도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2015년 12월 연결기준 아모레퍼시픽 4조 7,666억 원, LG생활건강 5조 3,285억 원)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 이 산업군 가치 상승에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은 23.1%의 가치 성장률을 보여 산업별 분석에서 2위를 차지했다.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산시킨 CJ E&M(42위·브랜드 가치 4,577억 원)이 이 부문의 성장을 견인했다. SM엔터테인먼트(브랜드 가치 4,402억 원)도 브랜드 경계를 허무는 사업영역 확장으로 BKB50 리스트에 새롭게 진입해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
브랜드 강화를 위한 4가지 내부 구성 요소
올해 BKB 선정을 관통하는 주제는 ‘성장을 지속시킨 기업들의 성공비결(The Anatomy of Growth)’이다. 각 브랜드들이 어떤 ‘성장 구성 요소’를 기반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렸는지 분석하겠다는게 이 주제의 골자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한 구성 요소로 10가지를 꼽았다. 이는 쉽게 말해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 조직이 반드시 갖춰야 할 ‘키 포인트’ 10가지를 의미한다. 인터브랜드는 10가지 성장 구성 요소를 내부 구성 요소 4가지와 외부 구성 요소 6가지로 구분했다.
내부 구성 요소 중 첫 번째는 ‘명확성(Clarity)’이다.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와 브랜드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그 목적을 명확하게 정의하라는 것이다. 인터브랜드코리아는 아모레퍼시픽을 성공 사례로 꼽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가치 상승률이 두 번째로 높은 브랜드로, 자신들의 명확한 존재 이유를 ‘아시아 뷰티 크리에이터(ABC)’라는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전은 수 많은 중국인과 아시아인들이 아모레퍼시픽 제품에 열광하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신념(Commitment)’이다. 브랜드를 육성하려는 의지를 최고경영층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모두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층이 직접 나서 브랜드 육성에 집중하고 지원하면 직원들의 생산성 효과는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인터브랜드코리아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현대자동차를 꼽았다. 문지훈 대표는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것이 신념이란 요소를 설명하는 좋은 예”라며 “얼마나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같은 결정에는 최고경영층의 의지와 지원이 엄청나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키우기 위해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같은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신념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 번째는 ‘관리 운영 시스템(Governance)’이다. 이는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조직을 시스템화하는 노력을 말한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쌓으려면 정확한 업무 프로세스를 통해 조직원들이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가지도록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 운영 시스템을 갖추면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내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가지게 된다.
내부 구성 요소 중 마지막은 ‘대응력(Responsiveness)’이다. 시장의 변화와 욕구가 워낙 빠르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사업 영역에 쉽게 진출할 수 있고, 새로운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인터브랜드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코웨이를 들었다. 코웨이는 ‘라이프 케어’라는 비전을 세우고 정보통신기술을 제품에 접목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를 정확히 간파해 회사의 비전을 재정립하고 사업 확장에 활용한 것이다.
6가지 외부 구성 요소
브랜드 성장 구성 요소에는 4가지 내부 구성 요소 외에도 외부 요소 6가지가 더 있다. 첫 번째는 ‘진정성(Authenticity)’이다. 인터브랜드코리아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브랜드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진정성 있는 가치와 철학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럴 때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다. 문지훈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는 “소비자들은 진정성 있는 브랜드에 충성심을 보인다”며 “그래야만 비싼 가격도 정당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적절성(Relevance)’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의 수요가 생길 수 있다. 인터브랜드코리아는 국내 기업 중에서 적절성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곳으로 CJ E&M을 꼽았다.
CJ E&M은 종합미디어콘텐츠 회사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4년부터 CJ E&M은 자체 콘텐츠 제작, 모바일 중심 콘텐츠 강화,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에 초점을 맞춰왔다.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간파해 사업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CJ E&M의 케이블 채널 tvN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 성공도 적절성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꽃보다~’ 시리즈는 386세대부터 Y세대까지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인 복고와 여행을 내세워 빅히트를 쳤다. 정확하게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대성공을 거둔 사례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차별성(Differentiation)’이다. 차별성이 있을 때 사람들은 한 번씩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경험해 보고 싶어 한다. 차별성 있는 브랜드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다. 크게 차별점을 내세우기 어려운 리테일 사업군에서 이마트가 돋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도 일산에 세운 이마트타운은 차별화된 쇼핑공간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곳이다. 창고형 마트부터 패션, 전자 마트까지 한곳에 모아 일체형 마트를 만들었다. 문지훈 대표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마트타운을 마트계의 에버랜드라고 한다”며 “쇼핑공간을 명확하게 차별화함으로써 그 안에서의 실질적인 경험도 차별화시켰다. 유통업계에 혁신을 몰고 왔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는 ‘일관성(Consistency)’이다. 인터브랜드코리아는 브랜드를 키워나감에 있어 일관성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강조한다. 브랜드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일관성을 가지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도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굳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기아자동차를 들 수 있다. 기아자동차는 2003년부터 디자인 경영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기아자동차는 거물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다.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자동차에 둥지를 튼 뒤 “직선의 단순함을 강조하는 디자인 경영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10년 넘게 그 디자인 철학을 유지해왔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자동차 메이커로는 특이하게 ‘뉴욕패션위크’ 메인 스폰서로 나서기도 했다.
다섯 번째는 ‘존재감(Presence)’이다. 존재감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는 훨씬 더 쉽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문지훈 대표는 가장 존재감 있는 기업으로 카카오를 꼽았다. 그는 “우리 국민이라면 적어도 한번 쯤은 카카오를 접해 봤을 것”이라며 “곧 대리운전 사업에도 뛰어드는데, 소비자들이 아무 거부감 없이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항상 내 곁에 있는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여섯 번째 구성 요소는 ‘참여(Engagement)’다. 참여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브랜딩 요소다. 브랜드 구축 과정에 소비자들을 참여시키면, 그들은 해당 브랜드를 옹호하고 지지하게 된다. 직접 경험을 통해 가장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만드는 지름길인 셈이다. 인터브랜드코리아는 SM엔터테인먼트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을 따르는 엄청나게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들 스타를 활용해 팬층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끌어들이는 브랜드 강화 및 확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자사 소속 연예인들을 브랜드로 활용한 제품까지 내놓고 있다. 64만 개가 팔린 ‘엑소(아이돌그룹) 손짜장면’이 대표적인 사례. 나오는 족족 팔려나가 이마트에서도 제품을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위에서 설명한 ‘10가지 성장 구성 요소’는 브랜드 가치 강화를 위해 필요한 각론들이라 할 수 있다. 인터브랜드코리아는 올해 BKB 발표행사에서 이들을 실현할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제시했다. 바로 ‘창의적 경험(Creative Experience)’, ‘전략적 세계화(Strategic Globalization)’, ‘시장에서의 순발력(Speed to Market)’이다. 각각의 브랜드에 시급하게 필요한 브랜드 성장 구성 요소를 1~2개 선택해 집중한 다음, 해당 브랜드 정체성에 맞게 3가지 실행 전략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 브랜드 가치 어떻게 산정했나
인터브랜드에서 정의하는 브랜드 가치(Brand Valuation)란 특정 브랜드의 자산 가치를 화폐 가치로 나타낸 것이다. 브랜드가 지닌 순현재 가치 또는 미래에 브랜드가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지표라 할 수 있다. 인터브랜드는 이를 위해 △브랜드가 창출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이윤을 찾아내는 ‘재무 분석(Financial Analysis)’ △브랜드에 의해 발생한 무형의 이익을 산출하는 ‘브랜드 역할(Role of Brand)’ △브랜드가 가진 특정 위험성을 측정하는 ‘브랜드 강도(Brand Strengths)’ 세 가지를 핵심 평가요소로 구분했다.
인터브랜드는 일반에 공개된 감사보고서 상 재무제표를 활용해 브랜드 자산 가치를 화폐 가치로 나타내는 기본 자료를 산출했다. 해당 브랜드가 창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세후순영업이익(NOPAT)에서 이를 발생시키기 위해 사용된 자산을 공제한 경제적 이윤 (economic profit)을 측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이윤에는 사업에 사용한 모든 자산이 벌어들인 수익이 포함됐다. 때문에 오직 브랜드에 의해서만 발생한 수익을 분리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는 ‘브랜드 역할 지수(Role of Brand Index)’라 불리는 인터브랜드만의 독자적 분석을 통해 산출했다. 브랜드 역할은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제품 구매 결정 요소(key buying factor)로 평가했다. 5,000건이 넘는 브랜드 가치 평가를 통해 쌓은 인터브랜드코리아의 산업별 데이터와 노하우도 반영해 브랜드 역할 지수를 도출했다. 브랜드 역할 지수는 퍼센티지로 표시했다. 예컨대 브랜드 역할 지수가 50%라면, 경제적 이윤의 50%를 브랜드 이익으로 보는 식이다.
브랜드 강도는 브랜드 충성도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구매를 발생시켜 그에 따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브랜드 강도는 10가지 브랜드 성장 구성요소에 0점에서 100점까지 점수를 매겨 측정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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