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 때 일회성으로 떼는 비용이 수수료이고 지속적으로 내는 비용이 보수다. 가입기간 동안 수익률이 같다면 당연히 수수료나 보수가 적은 펀드를 고르는 것이 낫다. 최종 수익에서 차감되는 비용이 적을수록 순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운용보수가 낮아질수록 펀드매니저가 펀드를 잘 운용해야 할 동기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펀드가 기준 수익률(벤치마크)을 초과하는 우수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수수료나 보수를 정할 때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공모펀드에 성과보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한 데는 나름대로 다 까닭이 있다. 손실이 발생했거나 원금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보수를 꼬박꼬박 떼간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액티브(적극적 매매 전략)펀드를 가입했는데 상대적으로 운용의 수고가 적게 드는 인덱스(지수 수익률 추종)펀드보다 성과가 좋지 않다면 비싼 보수를 낼 이유가 없다. 이런 불합리한 점 때문에 기존의 운용보수 체계를 성과 보수제로 보완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먼저 수익이나 손실과 관계없이 일정 비율로 떼가던 운용보수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 그 대신 펀드의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일정 수준 이상 넘어서면 초과 성과의 일정 비율을 성과보수로 내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펀드가 손실이 나거나 벤치마크를 겨우 따라갈 때 보수를 기존의 절반 정도만 내게 된다. 반면 수익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여기에 비례해 보수가 높아질 수도 있다. 가입자는 기존보수와 성과보수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쪽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부작용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초과 운용성과가 클수록 보수가 많아지므로 펀드매니저가 대박을 노리고 모험적인 투자를 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과보수에 상한을 두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성과보수 제도를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펀드가입자와 자산운용사의 이익이 일치하게 돼 펀드의 장기적 성과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본다.
보수나 수수료는 크게 운용의 대가와 판매의 대가로 나눠볼 수 있다. 판매보수에는 고객 관리 비용이 포함돼 있는데 대부분의 펀드 가입자는 제대로 된 관리를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라리 관리비용이 없어 보수가 저렴한 온라인펀드에 가입하고 자문이 필요하면 따로 비용을 내고 독립자문업자(IFA)의 중립적인 조언을 듣는 것이 합리적이다. 금융상품의 비용 지불 방식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앞으로 시장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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