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기업 가치보다 더 높은 보유지분 가치를 가지고 있는 상장사들이 재평가 받고 있다. 이들 기업 중에는 영업이익이 적자거나 보유현금이 줄어들고 있지만 보유한 지분 가치가 최근 급등하며 주가가 함께 오르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12일 사조동아원(008040)은 전일 대비 5.99% 상승하며 2,035원을 기록했다. 사조동아원의 상승세는 11일 상장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해태제과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사조동아원은 해태제과식품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46억원 적자 상태지만 해태제과의 상장으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충분히 적자가 보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해태제과 지분 1%를 보유한 보락(002760)도 해태제과 상장 전후로 42%나 오르기도 했다. 보락은 지난해 2억원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언제든 의사결정만 하면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우량 상장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경우로 지난 4일 유상증자로 두산밥캣의 지분이 늘어나는 두산엔진(082740)도 적자기업이지만 향후 막대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밥캣은 올 하반기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두산엔진은 두산밥캣 지분 11.8%를 보유하게 됐는데 이를 예상 시장가로 환산하면 약 4,00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두산엔진의 시가총액은 2,600억원이다. 회사는 지난해 1,6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두산밥캣 상장 후 적자 규모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바일게임사 위메이드(112040)도 코스닥 시총 2위 상장사인 카카오의 3대 주주로 지분 가치만 2,476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위메이드의 시총 대비 5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위메이드 역시 지난해 매출액보다 더 큰 1,239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현금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은 셈이다.
보유지분 가치가 폭등해 상장사 자신의 기업 가치를 뛰어넘는 기업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CJ E&M(130960)은 올 하반기 상장 예정인 넷마블게임즈의 2대 주주(31.4%)로 현재 넷마블의 예상 시총은 약 10조원으로 보유지분 가치가 CJ E&M의 현재 시총보다 2,000억원이나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넷마블은 매년 매출이 10% 이상씩 성장하는 고성장 기업이라 실제 상장시 CJ E&M의 지분 가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이래 3년 연속 적자를 내다 지난해 첫 흑자를 기록한 CJ E&M의 보유현금은 47억원으로 넷마블 상장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도한 ‘프리미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지분의 크기는 기업에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가치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평가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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