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16’ 둘째날인 12일 오전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특별한 대담이 열렸다. 두 교수는 수백명의 청중 앞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둘 만의 수다 자리인마냥 매우 편안한 분위기에서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특히 내년 출간 20주년을 맞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서인 ‘총.균.쇠’의 개정판에 대한 이야기로 대담을 시작해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최 교수가 “‘총, 균, 쇠’는 인간의 역사를 재구성한 명저이지만 새로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질문을 건네자 다이아몬드 교수는 웃음을 지으며 “마침 내년 3월 책 출간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개정판을 낼 참인데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보강·수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농업을 통해 인구밀도가 높아질 수 있었고 기술개발도 이뤄졌다”며 “농업이 인류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논의를 중국과 멕시코·뉴기니 등을 중심으로 살펴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두 교수의 대화는 인류의 시작이 된 ‘언어와 말하기 능력’에서 인류의 발전을 이끈 ‘농업혁명’ 그리고 현 인류의 종말 가능성을 논하는 데까지 확대됐다. 최 교수는 “하라리 교수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현재 인류가 100년 안에 멸종하고 완전히 새로운 인류가 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에게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AI 따위의 어떤 기술보다 농업혁명과 같은 구조적인 것”이라며 “인간은 AI보다 훨씬 더 뛰어난 사고를 하고 감성표현을 할 수 있는데도 일부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너무 낙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오히려 한정된 자원이나 불평등 문제로 인류가 30년 안에 자멸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현 인류의 소비행태를 이어갈 경우 수십 년 안에 사라질 자원이 태반인데다 불평등이 낳는 분노가 인류에게 훨씬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급부상한 중국에 대한 전망도 이어졌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되기는 힘들다’며 그 이유를 미국과 중국의 정치체제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거대한 대륙을 하나의 공산당이 통치하는 탓에 의사결정 속도는 빠를지언정 그 방향과 잘못을 제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갑작스레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당분간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이아몬드 교수의 전망이다.
한편, 11일·12일 양일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지식의 대향연 ‘서울 포럼 2016’은 12일 오후 6시 막을 내렸다.
/김나영·정가람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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