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6년 전 국내총생산(GDP) 및 자산 증가율,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2009년의 5조원은 현재 5조7,000억~8조6,000억원 수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 수가 40여개였던 점을 감안할 때 현재는 9조원 안팎으로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중소기업청 등 대기업집단 기준 제도를 원용해 대기업 관련 규제를 운영하는 각 부처의 견해도 참고할 계획이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바꿀 수 있지만 이 기준을 차용한 법이 64개나 돼 관련 부처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돼왔다.
예를 들어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경우 연구개발과 고용투자에 대한 정부의 세제지원이 끊기고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라도 대기업집단에 인수되면 정부 지원이 들어간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진출할 수 없고 공공발주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카카오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활용한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도 어려워진다.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공시의무도 커진다.
특히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 조정은 중소기업 보호를 담당하는 부처와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산이 5조원을 갓 넘긴 카카오나 셀트리온(068270)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 자산 5조원짜리 중소기업이 더 작은 중소기업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면서 야당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집단에 해당되지 않는 기업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지분을 50%까지 살 수 있게 할 계획이지만 19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폐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재찬 위원장은 “공정위가 일률적으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했을 때 다른 부처 소관 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 수 없다”며 “관계 부처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물론 정부 일각에서는 기존 대기업집단처럼 오너가 소수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지 않으면서 생존을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신사업에 진출하는 ICT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 법에서 대기업집단에 인수된 벤처기업은 7년간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 예외 조항을 다른 부처 규제에 확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20대 국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부처 간 입장을 조율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특히 각종 세제혜택이 급격히 축소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보겠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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