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시니어 시프트 도래에 따른 경제환경 변화와 기업대응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국내 고령자 관련 시장 규모가 2012년 27조원에서 2020년 78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후석 현대연 연구위원은 “국내 고령친화산업의 경우 매년 약 13%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고령자 증가로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인 소비자의 고령화가 진행됨으로써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 고령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령층이 소비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의 배경에는 늘어나는 고령근로자 비율이 자리하고 있다. 2000년 약 59%였던 퇴직연령(55~64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14년 66.2%까지 올랐다. 그만큼 고령층의 구매력도 높아지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일찍 시작된 선진국이 고령자 지원보다는 고령자를 노동시장에 장기간 머물게 하는 ‘적극적 고령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도 제품개발뿐만 아니라 생산체계를 고령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고령화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있다는 편견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기대수명 증가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0년 이후 기대수명 증가로 지난해 우리나라 저축률은 3.5%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고령화가 단기적으로는 가계의 소비성향을 낮추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다만 이러한 구조 변화에 맞춰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못하거나 저축 증가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이 같은 효과는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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