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당뇨연맹은 전 세계적으로 당뇨환자가 10초마다 3명씩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오는 2030년에는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환자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당뇨병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이미 당뇨환자이고 2.5명은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험 단계에 있다.
당뇨병은 국내 사망원인 6위에 올라 있지만 치료율은 아직도 60~70%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다가 훗날 당뇨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종종 나오고 있다.
급기야 이 같은 심각성을 깨달은 대한당뇨병학회가 12일 춘계학술대회를 맞아 새로운 당뇨관리지침인 ‘당뇨병 관리 하나 둘 셋’을 내놓았다.
대한당뇨병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가 320만명, 당뇨병 고위험군 660만명 등 당뇨병 인구 1,000만명 시대에 돌입했다는 위기의식에서 이 같은 캠페인을 하게 됐다”며 “당뇨병은 적절한 관리로 충분히 증상을 완화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의 관리 실태는 낙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지난 201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 중 당뇨병 관리 목표인 당화혈색소(A1C) 6.5% 미만, 혈압 140/85mmHg 미만, 콜레스테롤 100mg/dL 이하로 당뇨병 관리 목표에 모두 도달한 환자는 10.8%밖에 되지 않아 환자들의 당뇨병 관리 실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관리 하나 둘 셋’ 생활수칙은 이제까지 파편적으로 산재한 수많은 당뇨병 관리 지침들 대신 우리나라의 당뇨병 유병률·조절률·치료율 등 최신 의학적 통계자료와 진료 지침에 기반해 집대성한 핵심적 관리 지침에 한국인의 생활 패턴을 반영해 만들어진 최초의 한국인 맞춤형 생활수칙이다.
‘당뇨병 관리 하나 둘 셋’ 생활수칙은 3개의 관리 목표와 18개의 생활 수칙으로 구성돼 있다.
3개 목표 중 첫 번째는 당뇨병 치료의 ‘1순위 목표인 혈당 조절’로 당화혈색소 수치 관리를 제시하고 있으며, 두 번째 목표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당뇨병의 ‘2가지 동반 질환 관리’, 세 번째 목표는 망막·콩팥·신경의 ‘3대 합병증 예방’이다.
학회가 가장 첫 번째로 내세운 개념인 당화혈색소는 기존의 많은 환자가 자가관리할때 자주 측정하는 혈당과는 다른 수치로 2~3개월간의 평균 당 수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표이다.
당화혈색소는 혈당이 증가돼 적혈구에 있는 ‘혈색소(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를 말한다. 한번 결합된 당분은 적혈구의 수명인 120여일과 일생을 같이 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농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측정 수치다.
당화혈색소는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측정이 가능하다. 혈당조절을 잘하고 있는 환자는 연 2회 정도, 혈당조절이 잘 안 되거나 치료방법을 변경한 환자는 2~3개월마다 한 번씩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당화혈색소 측정기기를 개인적으로 보유할 필요는 없다. 혈당측정기와 달리 수백만원이 넘는 고가인 만큼 의료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 당뇨환자는 보험적용이 돼 측정 비용이 그리 비싸지는 않다.
정상인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4~6%다. 당뇨병 환자는 6.5%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며 최대한 7%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당화혈색소가 1%만 줄어도 당뇨합병증으로 발생하는 각종 심혈관질환 발생 및 당뇨 관련 사망률을 20%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학회는 이 세 가지 관리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수칙 18가지를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생활계획표 형식의 디자인에 담았다.
매일매일 관리해야 하는 수칙으로는 ‘규칙적·건강한 식사’ ‘규칙적 운동’ ‘금연·절주’ ‘자가혈당측정’ ‘저혈당 주의’ 등을, 병·의원 방문 시 확인할 수칙으로는 ‘당화혈색소’ ‘혈압·지질’ 측정과 ‘금연 상담’ 등을, 매년 한 번씩 꼭 점검할 수칙으로는 3대 주요 합병증과 심혈관 질환 위험도 등을 담았다. 이번 ‘당뇨병 관리 하나 둘 셋’ 생활수칙은 대한당뇨병학회 홈페이지(http://www.diabete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대중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만성질환 당뇨병의 극복 열쇠는 환자의 자기 주도적인 생활습관 개선이기 때문에 의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관리 하나 둘 셋’ 생활 수칙을 기반으로 환자 대상의 교육 및 홍보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현재 1차 의료기관 이외에 당뇨병 관리 실태조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종합병원의 당뇨병 관리 평가 기준을 개선해 환자와 병원·정부 모두의 촘촘한 360도 당뇨병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 예방을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비만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유럽 지역에서는 과체중과 비만한 사람이 당뇨병 발병의 65~80%를 차지한다고 밝힌 것을 볼 때 당뇨병 예방의 선제적 대응으로 비만 예방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아동·청소년 비만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만큼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을 통한 비만 예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당뇨병의 90%를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은 과체중과 신체활동 부족에 의해 발생하는 적절한 운동으로 비만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당뇨병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최근 세계보건기구 발표 내용 등을 토대로 ‘당뇨병 바로알기 1문1답’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당뇨병은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고 당뇨병성 망막증은 실명의 주요 원인이 된다. 당뇨병은 또한 심장마비·뇌졸중·하지절단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이 된다.
또한 당 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게 되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크지 않고 당 지수가 낮음 음식이라도 많이 먹으면 칼로리 섭취가 증가하는 만큼 과식하지 않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당 지수가 낮은 식품으로는 혼합 잡곡, 포도, 토마토, 배, 사과, 복숭아. 보리, 완두콩 등이 있다. 반면 당뇨환자가 피해야 할 당 지수가 높은 식품으로는 떡·도넛·수박·팝콘·파인애플·아이스크림 등이 꼽힌다.
/송대웅기자 sd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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