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또 한 명의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급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한국인 출신 디자이너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다. GM·폭스바겐그룹·벤틀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거친 그는 고국으로 돌아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 디자인을 주도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6일 벤틀리 외장 및 선행 디자인 총괄인 이상엽(46)씨를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오는 6월부터 현대차그룹에 합류하게 될 그는 현대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케 전무와 함께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한다. 아울러 두 브랜드에서 개발하는 모든 차의 내외장 디자인, 컬러, 소재 등 전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
특히 다양한 최고급 럭셔리카를 디자인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인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상무는 치열한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로서는 가장 인정받고 널리 알려진 스타 디자이너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은 이제 일본 차를 앞서고 있다”며 “특히 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스포티지는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독창적인 매력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론칭한 것에 대해서는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에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홍익대 조소과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트센터디자인대학(Art Center College of Design) 자동차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카로체리아피닌파리나’와 독일 포르쉐 디자인센터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어 지난 1999년 선임 디자이너로 GM에 입사한 이 상무는 미국 스포츠카 대표 모델인 카마로, 콜벳 스팅레이 등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주도하면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범블비’로 잘 알려진 카마로는 초기 콘셉트부터 2008년 양산에 이르기까지 외장 디자인을 직접 디자인하며 그의 진가를 전 세계에 알리게 된다. 2010년 폭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람보르기니·스코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선행 디자인을 이끈 뒤 2012년 말부터는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의 외장 및 선행 디자인 총괄을 맡아 최근까지 근무했다.
지난해 말 현대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된 동커볼케 전무와는 벤틀리 플라잉스퍼, 컨티넨탈GT, 벤테이가, 그리고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돼 전 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EXP 10 SPEED 6 등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며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업계에서는 그가 벤틀리 디자인을 맡는 동안 브랜드 정체성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시장 트렌드를 앞서나가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상무는 한국인이라는 국적과 무관하게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그 역량을 이미 입증해왔다”며 “언제나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혁신을 주도해온 그의 디자인 성향은 현대차의 DNA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오랜 기간 해외에서 활동해오면서도 항상 현대·기아자동차의 디자인 혁신과 경이로운 성장은 신선한 자극이자 한국인으로의 자부심이었다”며 “이제 제네시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포함해 세계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럭셔리카와 스포츠카 디자이너 중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발휘해온 이 상무를 영입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해외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주요 부문에 전담조직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명차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디자인 부문에서 지난해 말 벤틀리 출신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동커볼케 전무를 영입하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전담하는 ‘프레스티지 디자인실’을 신설하는 등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는 또한 이 상무의 영입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인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시작으로 2014년 고성능차 개발을 위해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지난해 말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동커볼케 전무와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임원 출신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를 영입하는 등 해외 우수 인재 영입을 통해 제품과 브랜드의 비약적인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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