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상하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 지정은 중국 시장 진출 확대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과 원화 환전 등을 통해 교류를 넓혀가면 폭넓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장 국내 은행들이 중국 기업의 원화 환전 업무를 대행하며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예컨대 한국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는 중국 기업은 원화 결제 시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있어 가급적 원화로 대금을 지급하고 싶어한다. 이들은 상하이에 개설된 원·위안 직거래시장에서 갖고 있던 위안화를 원화로 바꿀 것이며 이 과정에서 환전 대행사로 원화를 풍부하게 보유한 한국 시장조성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중국 수입 기업의 원화 결제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대(對)한국 수입액 중 원화 결제액은 지난 2010년 9억8,000만달러(1조 2,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9억2,000만달러로 5년 사이 3배나 급증했다. 전체 수입 대금 중 원화 결제 비중도 2010년 0.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1%로 불어났다.
이러한 수수료보다는 은행들이 대중국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호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 외환시장의 경우 기업의 환전 업무를 금융사가 대행할 때 일정 수수료를 받기도 하지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여신 등 다른 업무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도 한다”며 “중국 시장에서도 수수료를 챙기는 차원 이상으로 중국 기업과 스킨십이 늘며 사업을 넓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은행들의 기대수익은 상하이 시장이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통화의 상하이 외환시장 일평균 거래 규모는 2억~3억달러 수준인데 우리와 중국의 연간 교역 규모가 2,700억달러에 달할 만큼 경제관계가 가까워 원·위안 직거래 규모는 2억~3억달러보다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일평균 20억달러가 넘게 거래되는 서울 원·위안 직거래시장보다는 적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화·위안화 무역 결제가 늘며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원·위안 직거래시장은 지난해 11월까지 개장 1년간 일평균 22억6,000만달러가 거래돼 원·달러 거래액의 4분의1(26.4%)을 넘었다.
이제 관심은 총 몇 곳이 시장조성자로 지정되고 그중 우리 금융사가 몇 자리를 가져갈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시장은 최대 12곳의 시장조성자가 지정되고 이 가운데 4곳을 국내 은행들이 차지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상하이 직거래시장에는 외화·위안화 직거래시장도 각각 12개 정도의 시장조성자를 두고 있으며 이 중 해당 통화 국적 금융사도 3~4개 수준이다. 영국 파운드·위안화 직거래시장은 12개 시장조성자가 있으며 이 가운데 3곳(씨티·스탠다드차타드·도이체)이 유럽계이고 나머지는 중국계다. 유로화는 15개 시장조성자 중 3분의1인 5개가 유럽계 은행이며 엔화는 10개 중 3곳이 일본계다. 서울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은 12개 시장조성자로 구성됐고 이 중 중국계가 4곳(교통·중국건설·중국공상·중국은행)이다.
이에 따라 시장조성자로 선정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하이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개설될 것을 예상하고 직원을 중국에 파견해 중국 금융 관련 법을 익히고 있다”며 “2월부터는 딜러도 파견해 시장조성자 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한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역시 중국법인 차원에서 시장조성자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신청절차는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개별 금융사가 인민은행에 직접 지원하는 식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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