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기존 중국 정보기술(IT) 업체가 8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애플·화웨이·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올해 초부터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결국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알리바바의 서로의 필요가 맞아 협업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삼성-알리바바 왜 손잡았나=글로벌 경기둔화에도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4·4분기 중국 모바일 결제금액은 5조6,674억위안으로 지난해 4·4분기(2조6,898억위안)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평균 20%대였다. 오는 2018년에는 52조위안까지 성장할 것으로 평가 받는 유망 사업이다.
하지만 삼성페이 성적은 썩 좋지 못한 편이다. 출시 한 달째지만 삼성페이와 애플 등과 협업 중인 유니언 모바일 페이의 점유율은 1.26%에 불과하다. 알리페이(71.5%), 텐페이(16%)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상황.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중국 시장을 단기간에 뚫어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현지 IT업체와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화웨이 페이, 샤오미 페이의 출시가 이어지면서 중국에서 수익성이 좋은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알리페이와 같은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선보일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C7 등에 삼성페이 및 알리페이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알리바바는 중국 내 온라인 결제시장을 알리페이로 제패한 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알리페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QR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알리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알리페이만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알리페이가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점유율 71.5%로 1위지만 2위 업체인 텐센트의 텐페이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점도 협업에 나선 이유로 풀이된다. 텐페이는 7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최강자 ‘위챗’을 무기로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와 달리 긁는 방식의 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결제가 되는 범용성도 알리바바의 마음을 잡은 비결로 풀이된다. 삼성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신용카드 결제기뿐 아니라 기존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방식의 결제기에도 작동한다. 애플페이는 NFC 방식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
◇알리페이, 한국 시장 진출 본격화될까=삼성전자와 알리바바가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협력함에 따라 알리페이의 국내 진출 가능성 역시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알리페이를 한국 기업과 협력해 한국형 서비스 ‘코리아페이’를 만들고 싶다”며 “한국 금융 분야 역시 코리아페이를 만들면 기업 혁신과 중소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알리페이를 적극 지원할 경우 알리페이 역시 시장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알리바바와 삼성전자의 협업이 중국뿐 아니라 미국 등 삼성페이 서비스가 제공 중인 다른 나라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며 “특히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알리페이 사업 확대를 돕는 방식으로 협업을 강화할 경우 국내 금융업계에도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도원·양철민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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